최근 집값 상승 원인 공급부족 지적···해결책인 정비사업은 공사비 분쟁에 발목
부동산원 전국 공사비 검증 역부족···“인력보강·기관신설, 지자체 2차 심의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집값 상승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부족을 해소하려면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가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공사비 분쟁이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으면서 검증 제도 손질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대 6개월까지 소요되는 검증 기간 단축을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을 신설하거나 인력보충이 필요하고, 정부가 지원에 방점을 둔 공사비 검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단 조언이다. 공사비 검증 결과를 조합 총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하고 지자체의 2차적 검증을 법적으로 제도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심상찮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8% 오르며 17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 폭은 2018년 9월 10일(0.45%)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이다.

집값 오름세 원인으로는 공급부족이 꼽힌다. 최근 정부는 2029년까지 3기 신도시에 23만6000가구를 공급하고, 수도권 신규택지에 2만가구 이상 공급한단 대책을 발표했으나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대책이다.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선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가 시급하지만 공사비 급등으로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으며 사업이 지체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공사비 증액 사유가 발생하거나, 일정 인원 이상 조합원이 검증을 요청할 경우 한국부동산원 등이 증액 요청 규모가 적절한지 검증할 수 있는 공사비 검증제도가 있다.

공사비 갈등 사업장이 늘면서 공사비 검증 건수도 증가세다. 2019년 3건에 불과했던 공사비 검증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증가추세이다. 올해도 현재까지 검증 의뢰건수를 감안했을 때 연말 30건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런데 공사비 검증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단순 권고 수준이라 논란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일선 현장에서 사업시행자나 조합이 검증결과를 수용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결과 내용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가 중재에 적극 나서는 기류다. 정비사업장이 특히 많은 서울시는 최근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은평구 대조1구역 등 공사비 증액 갈등을 빚은 정비사업장에 행정 및 도시정비 분야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만, 검증제도가 공사비 갈등을 해소할 가장 직접적 방법이기에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릴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일단, 검증기간 단축이 가장 시급하단 진단이다. 현재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면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단 지적이 정비업계에서 나온다. 이 기간 현장에선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이 전국 현장에서 발생하는 공사비 갈등을 떠맡긴 역부족이란 진단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공사비 갈등을 빠르게 해결해야 현장이 멈추지 않고 돌아갈 수 있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을 새로 신설, 추가해 적어도 검증 기간이 한 달 내 마무리될 수 있는 정도의 인력 보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 사업이 빠르게 진행돼 마무리되는게 소유자,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이란 설명이다. 공사비 갈등이 심해 접점을 찾지 못하면 공사를 취소하면 되지 않냔 의견도 있지만, 중간에 사업 자체가 좌초되면 그동안 들어간 매몰비용을 조합원, 소유자들이 다 부담해야 한다.

두 대표는 “정부가 약속한 공급 물량을 맞추려면 도심 내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 부분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 쪽에 방점을 둬야 한다”며 “지원 방안 중 우선은 공사비 검증 관련 시스템이 확대, 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공사비 검증 제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업시행자가 공사비 검증 결과를 조합 총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하고 총회에선 해당 검증결과의 반영 여부 및 반영 범위 등을 의결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또 총회 의결을 거쳐 증액계약이 체결된 경우 사업시행자가 계약 체결 내용을 시장, 군수, 구청장 등에 보고토록 하고, 검증 결과를 두고 분쟁 발생시 지자체에 설치된 도시분쟁조정위원회에서 중재할 수 있도록 했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공사비 검증 제도는 참고자료 수준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공사비 검증 결과를 2차적으로 지자체 도시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한 번 더 심의를 받는다면 검증결과 타당성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시시비리를 가릴 수 있고, 분쟁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제도 취지가 좀 더 고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모든 검증에 대해 법정 기한보다 단축해서 처리 중이며 법정처리기한을 넘긴 사례는 없다"며 "검증 건수 증가에 따라 인력도 충원했으며, 앞으로도 상황에 맞도록 유연하게 인력을 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