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수료폐지 이어 올해 예치금 '파격' 금리
금리 2% 넘어···인뱅 파킹통장 보다 높아
은행 간 경쟁도 한몫···투자자 혜택 더 늘어날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가 하면 더 높은 예치금 금리를 보장했다. 투자자들의 이익은 그만큼 커졌기에 가상자산 거래 투자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예치금 금리를 설정했다. 예치금이란 투자자들이 거래소 이용 시 거래를 위해 맡긴 원화를 말한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긴 예수금과 유사하다. 이번 법령의 시행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는 예치된 금액에 금리와 사실상 같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 곳은 코빗으로 연 2.5%를 보장했다. 2위인 빗썸(2.2%)대비 0.3%포인트 크게 높은 수준이다. 3위는 업비트로 2.1%다. 세 곳 모두 당초 1% 선에서 결정될 것이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반면 고팍스와 코인원은 각각 1.3%, 1%로 1%대에 머물렀다.
거래소들이 높은 수준의 이용료를 정한 이유는 점유율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 경쟁 과정에서도 거래소들은 눈치 게임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는 19일 저녁 연 1.3%로 결정했다. 그러자 점유율 2위인 빗썸은 연 2%로 정하면서 응수했다. 업비트도 이에 질세라 2.1%로 올렸고, 빗썸도 2.2%로 상향 조정했다. 처음에 1.5%를 제시했던 코빗도 마지막에 2.5%로 대폭 올렸다.
거래소 간의 경쟁의 불은 지난해 빗썸이 당겼다. 업비트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해 작년 10월 거래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점유율 50%로 업비트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이후 올해 2월 수수료를 다시 받기 시작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5월까지 점유율 20%대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에 6%까지 떨어졌던 것 대비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예치금 금리가 높게 설정된 이유로 꼽힌다. 최근 가상자산이 제도화를 눈앞에 두면서 그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던 은행은 거래소와 거래를 하러 나섰다. 올해 초 농협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빗썸이 다른 은행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은행과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맺어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이미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은 거래소에 더 유리한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이는 예치금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투자자의 예치금을 당국이 정한 한도 내에서 은행의 예금에 넣어 운용한다. 은행은 거래소에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이용료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은행이 이자를 많이 주기에 거래소도 투자자에게 예치금 이용 금리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에겐 ‘경사’다. 예치금 금리가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현재 파킹통장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케이뱅크로 연 2.3%다. 카카오뱅크는 2%, 토스뱅크는 1.8%다. 업비트, 빗썸, 코빗을 이용하는 가상자산 투자자는 시장이 잠시 침체에 빠질 때 특별히 자금을 다른 곳에 빼지 않고 그대로 두더라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치권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또 유예하려고 하는 점도 호재다. 국다. 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3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일을 내년 1월에서 2028년 1월로 3년 늦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세 번째 과세가 미뤄지는 것이다. 현재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로 수익을 낼 경우, 기본 공제 금액 25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에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제도화되면 기존 금융사들이 이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결국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