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영장실질심사서 ‘무죄’ 주장···法 “증거인멸·도주우려”
IT기업 총수 첫 구속 사례···카카오, AI 신사업·쇄신 제동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의 정점에 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됐다. 국내 IT 기업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범수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 등을 검찰에 송치한 지 8개월여 만이자, 김 위원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진행된 지 13일 만이다. 검찰이 김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SM 시세조종 혐의 관련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의 AI 신사업 추진뿐만 아니라 해외사업, 투자유치 등 그룹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23일 한정석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한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카카오가 총수 부재 사태에 빠진 것은 2006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앞서 법원은 전날 오후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SM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인정하나'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바 있다. 약 4시간의 심사를 받은 뒤 오후 6시경 법정을 나설 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 法, 김 위원장 무죄 주장에도 ‘도주 우려’까지 인정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지난 17일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지난 9일 김 위원장에 대해 소환조사한 후 8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12만원) 이상으로 끌어 올린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이 최근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와 원아시아 간 공모관계를 폭로한 점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SM 주식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지시·승인한 바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지난 18일 김 위원장은 계열사 CEO들이 모인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그룹 구성원들이 힘 합쳐 경영 쇄신과 AI 기반 혁신에 매진 중인 가운데 이같은 상황을 맞아 안타깝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SM 주식 장내 매수를 보고받고 승인했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아울러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까지 인정됐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8일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18일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카카오

◇ 카카오, AI 신사업 등 차질 불가피···檢, 카카오 그룹 수사 탄력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는 AI 신사업 추진뿐만 아니라 해외사업, 투자유치 등 그룹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간 카카오는 연내 ‘카카오다운 AI 서비스 출시’ 의지를 내비쳐왔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AI 연구개발(R&D)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흡수하고 AI 서비스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엔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하고 '생성형 AI' 등 신사업을 추진해왔지만, 그룹 최고 의사결정자의 구속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온 쇄신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김 위원장이 직접 쇄신 작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향후 김 위원장이나 카카오 법인이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관련 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로서의 적격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한 차례 기한 연장까지 포함해 최대 20일의 구속기간에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조종 지시, 관여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해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이 그룹 총수이자 의사결정 과정의 최정점에 있는 김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향후 SM 시세조종 혐의를 비롯한 남부지방검찰청의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부문장이 시세 차익을 공모했단 의혹도 조사 중이다. 바람픽쳐스는 이 부문장의 아내인 배우 윤정희씨가 대주주였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회사의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단 이른바 ‘콜 몰아주기’ 사건을 비롯해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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