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발생시 ‘기존 주주 우선 배정’ 원칙···제3자 배정은 ‘신기술 도입’ 등 예외적 경우
“지배권 변경 목적, 우선주 발행했어야” vs “경영상 필요에 의한 3자 증자 가능”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그룹 해외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상법 위반인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상법은 기존 주주에게 신주의 우선 배정 권리를 부여하면서.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판례는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의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한 경우,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 부장판사)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무효의 소’ 변론기일을 열고 양측의 주장을 확인했다.
이 소송은 영풍이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사건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52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HMG글로벌은 고려아연 지분율 5%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이차전지와 소재 등 미래 신사업 육성이라는 ‘경영상 필요’에 의해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우호지분 확대를 통한 ‘지배권 변경’의 목적이 있다고 본다.
이날 영풍 측 대리인은 “회사 정관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발행해 필요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도, (피고는) 자본의 확충을 위해 우선주 배정은 고려하지 않고 벌컥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했다”면서 “왜 피고는 우선주 발행을 고려하지 않았는지, 고려했지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면 그에 대한 입증을 충분히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판례는 제3자 배정에 의한 유상증자의 필요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회사가 지고 그 증명의 정도도 엄격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설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려아연 측 대리인은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나 자금 확보를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합리적인 이사회의 판단 사항에 해당한다”면서 “경영상 판단 사항과 그에 대한 재량은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맞섰다. 이어 “이 사건 쟁점은 신주 발행이 과연 피고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이고, 신주 발행 역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면서 “경영상 필요가 없었다는 입증 책임은 원고에 있다”라고 반박했다.
상법 제418조는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제1항)고 하면서도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주식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면서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보유 주식의 가치 하락이나 회사에 대한 지배권 상실 등 불이익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기존 주주에게 이를 배정하고 경영상 부득이한 예외적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제3자 신주배정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례가 있다.
재판부는 쌍방 주장을 충분히 들었다고 밝히면서 추가할 주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영풍 측은 두 가문의 오랜 동업 정신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위 등을 재판부에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영풍 경영진 중 한 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통해 주장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고려아연 측은 기본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원고 측이 서면으로 신청하면 피고가 반박 서면을 내고 그 이후에 재판부가 채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8월30일 추가변론기일을 지정하고, 기일 이전에 신청서와 반박 서면을 제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