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동의
1억원 한도 일괄 상향 시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 가능성
차등 여부 맞춰 업권별 현행 예금보험료율 조정 불가피
각 사별 예금보험료 납부액 따라 실적까지 영향 미칠 수 있어···실익 발생 시 밸류업 시너지 겹쳐 핵심 모멘템될 수도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도 일괄 상향 시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지만 차등 여부에 맞춰 업권별로 현행 예금보험료율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사별 예금보험료 납부액에 따라 금융주 주가 향방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위한 관련 법안만 5건이 발의돼 정무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신영대·김한규·정준호 의원은 세부 내용에서 차이는 있지만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금융위원회가 5년마다 보험금 한도의 적정성을 검토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해 보험금 한도 결정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규정이 명시됐다.
예금자보호한도 인상 논의는 지난해 세계 주요국에서 발생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계기로 시작됐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보험의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인당 국내 총생산액, 보호되는 예금의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보험금 지급 한도가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4년 동안 그대로다. 같은 기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7배 상승했다. 실리콘밸리은행 등 해외 주요 은행이 파산하고 국내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예금자의 불안이 커지면서 한도 상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싣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국회는 이 같은 이유로 예금자보호한도 인상을 추진했지만 금융위원회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해 좌절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한도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예금자는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 위치한 1.2%에 불과한 반면 증액된 예보료의 부담은 모든 금융권 이용자가 져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고액 예금자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7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한도 상향의 방향성에 공감한다"는 완화된 의견을 밝히면서 이번 국회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인상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업권별 예금자보호한도 차등화 여부에 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모든 업권에 1억원의 보호한도를 적용하면 은행 예금이 금리가 더 높은 저축은행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금융학회 교수진 12명의 연구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 신용도가 탄탄한 대형 저축은행들은 40% 이상의 예금 증가율을 보이며 크게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금자보호한도 차등 여부에 따라 업권별 예금보험료율 조정도 불가피하다. 예금보험료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기금 조성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리면 예보료율도 인상된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법률상으로 은행들의 5배에 달하는 예금보험료율을 적용받고 있고 최근 재무상황 악화로 20개가 넘는 저축은행이 추가로 최대 10%의 할증된 예금보험료를 내고 있다.
금융주는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최근에는 기업 법인세 등 세재 감면 혜택 방안이 발표되면서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차등 여부에 맞춰 예금보험료율 조정이 이뤄질 것이고 각 사별 예금보험료 납부액이 실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이슈가 금융주 주가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자금이동이 예금보험료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실익이 발생하는 경우 밸류업 시너지까지 겹쳐 해당 금융사 주가에 핵심 모멘텀(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