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IPO 주관사 선정 위한 PT 진행
삼성·한국투자·KB·신한·대신증권 참전
테크 강점 삼성증권, 이번에도 딜 따낼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AI(인공지능) 반도체 업체 리벨리온이 IPO(기업공개) 주관사 선정에 나서는 가운데 도전장을 내민 삼성증권이 딜 수임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증권은 올 들어 각종 대형 IPO 주관자리를 꿰차며 변모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리벨리온 경쟁사의 주관사 자리도 반납하며 이번 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까닭이다.
16일 IB(투자은행)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이날과 17일 양일간 진행되는 리벨리온의 상장 주관사 선정 PT(프레젠테이션)에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이 참여한다. 당초 숏리스트가 추려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RFP(입찰제안요청서)를 제출한 증권사 모두가 기회를 얻게 됐다.
리벨리온의 IPO는 AI 시대에 유의미한 트렉레코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증권사가 딜 수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리벨리온은 AI칩을 설계하는 팹리스로 ‘한국의 엔비디아’로도 불린다. 지난해 연말 단행한 시리즈B 투자 당시 88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으며 ‘1조원대 IPO 대어’로 평가됐었다.
특히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기업인 사피온과의 합병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주관사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도 여겨진다. AI칩 ‘빅3’ 중 두 곳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지난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IPO와 합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번 딜의 난이도는 높다.
업계에서는 연이은 수임 낭보를 터뜨리고 있는 삼성증권이 또다시 딜 수임에 성공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비바리퍼블리카, 롯데글로벌로지스, 빗썸 등 랜드마크 딜의 주관사단에 포함됐고 올해에도 DN솔루션즈, 메가존클라우드 등 조단위 기업의 주관사단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 성장 산업인 테크 기업의 딜 수임에서 다른 증권사 대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만 세미파이브(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서울로보틱스(산업용 자율주행), 포인투테크놀로지(반도체 팹리스), 슈퍼브에이아이(비전 AI 올인원 솔루션), 파스토(스마트 물류 스타트업), 아이브(산업용 딥러닝 컴퓨터비전 솔루션) 등의 대표 주관사(공동 포함) 지위를 따냈다.
리벨리온의 경우 경쟁사 주관사 자리를 반납하면서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증권은 앞서 AI 반도체 팹리스 업체인 퓨리오사AI의 IPO 공동 주관사로 선정됐으나 해당 자리를 내놨다. 퓨리오사AI의 공동주관사로 트랙레코드를 쌓는 것보다 리벨리온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딜 수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IPO 빅3 하우스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은 파두 사태에 이어 이노그리드 상장 무산 악재까지 겹치며 신뢰 논란에 빠져있다.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빅딜을 이끈 경험이 많지 않다. 후보 중에선 그나마 리벨리온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KB증권의 딜 수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증권의 경우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테크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삼성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리벨리온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업해왔다는 점도 삼성증권에 유리한 부분으로 분류된다. 다만 대형 IPO의 클로징 사례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IPO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었고 자연스럽게 재계 라이벌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IPO 주관에서 배제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대기업이 아닌 대형 IPO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삼성증권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며 “리벨리온 딜 수임뿐만 아니라 그동안 수임한 딜의 성공적인 클로징 여부가 삼성증권의 입지에 중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