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색으로 물들어
이진곤 씨의 삭막했던 집이 사랑스러운 아내 최소영 씨를 만나 비로소 안식처의 기능을 하게 되기까지. 늘 여행하듯 살아가고 싶은 부부의 마음이 담긴 설레는 신혼집.
꿈같은 여행을 그리는 집
부부는 결혼 전 50일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중에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어요(웃음).” 사랑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자, 둘 다 퇴사 후 떠난 여행이었던 만큼 서로에게는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특히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묵었던 유럽식 가정집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아내에게 다양한 영감을 던져줬다. “유럽은 아무래도 오래된 집이 많잖아요. 겉으로는 낡아 보이는 곳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연 대리석으로 인테리어를 멋스럽게 꾸며놓았더라고요.“ 그때 느낀 감성을 담는다면, 매일 삶이 여행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신혼집의 콘셉트를 '유러피언 클래식 빈티지’로 잡았다는 최소영 씨. 지금 부부가 살고 있는 곳도 30년 이상된 구축 빌라로 오래된 유럽 건물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보통 고객 집을 디자인할 때는 컬러로 포인트를 주기보다 내추럴하게 가요.“ 하지만 이곳은 붉은색 벽돌로 된 외관에서 받은 인상을 실내로도 끌어 오고 싶었다. 그렇게 유럽 가정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천연석에, 붉은기를 머금은 핑크색이 더해져 지금의 인테리어가 완성됐다. 천장과 벽 등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고려해 벽 모서리도 반듯하게 처리하기보다는 둥글게 마감했다. “인테리어 철학 중 하나인데 공간에서 그림을 걸 수 있는 벽은 반드시 세팅합니다.“ 빈 벽에 그림이 걸리자 비로소 집이 완성됐다. 이처럼 원하는 바를 모두 시도할 수 있었던 건 군말 없이 지지해 준 남편 덕분. 그렇게 삭막하던 빨간 벽돌집은 아내 최소영 씨를 만나 여행지의 추억을 담을 부부만의 설렘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이 집을 정말 사랑해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행지에서 받았던 행복한 감정이 들거든요.
무엇보다 온전히 나다워 질 수 있는 이 곳에서,
처음 시작할 때 서로에게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사람의 삶을 바꾼 인테리어
아내 최소영 씨를 만나기 전, 남편 이진곤 씨에게 집이란 일종의 숙박 시설에 불과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스피치 강사 일을 병행했던 터라 집은 잠만 자는 용도로 쓸 수밖에 없었던 것. 반대로 아내 최소영 씨는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일밤-러브하우스>를 보며 공간이 사람의 행복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걸 일찍이 깨달았다. 현재 그녀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이이이스페이스@_eeespace를 시작한 지 1년 차에 접어든 대표 디자이너. 남편 역시 자신처럼 집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가 살던 자취집을 정성껏 바꿔갔다. 자재 등을 고급 소재만 고집한 탓에 처음 잡은 예산보다 두 배나 더 지출하긴 했지만. 또한 대대적인 수도 공사를 통해 수도 요금은 현저하게 낮아지고 냉수만 나오던 세탁기가 온수도 잘 나오는 실용적인 집으로 바뀌었다. 이런 소소한 변화 외에도 남편 이진곤 씨는 요즘 밖에 나가면 빨리 집에 들어오고 싶어졌다. ”이제야 알겠어요.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공간의 중요성을요.“ 그에겐 이젠 집이 자신의 또 다른 가족처럼 느껴진다. 최근 최 대표는 수납할 곳이 없어 집 안 곳곳을 배회하던 남편의 기타를 안전하게 넣어둘 장을 짰는데, 손님이 올 때마다 남편이 매번 문을 열어 자랑한다고. 하나의 에피소드지만, 그 정도로 이진곤 씨의 집에 대한 애착이 깊어졌다. 한 사람이 지닌 집에 대한 열망이 가까운 이의 삶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부부는 함께할 긴 시간 속에서 이곳이 잠시 찍히는 한 점이 되더라도, 그 시작이 이렇다면 충분히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언젠가 추억이 될 이곳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누릴 예정이다.
editor 권새봄
photographer 김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