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권리관계 등 설명 의무 강화
임대인 정보 제공 거부하면 내용 알 수 없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수도권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여 350억원 규모의 보증금 피해를 일으킨 임대인과 가담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전세사기 행각엔 바지 임대인과 분양업자,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까지 무려 130여명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세보증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벌이는 전세사기 범행에 아직도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고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정부가 10일부터 부동산 거래 시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강화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진 의문이다. 중개업자가 저 일당처럼 전세사기극을 주도할 경우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앞으로 전월세 계약을 체결할 때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체납세금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 ▲근저당권 설정 등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임대인이 제출하거나 열람 동의한 확정일자 부여 현황 정보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정보 ▲전입세대 확인서도 확인해야 한다. 설명한 내용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적고 공인중개사와 집주인, 세입자가 서명까지 해야 한다. 이를 어긴 공인중개사는 자격이 6개월까지 정지되거나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문제는 임대인이 정보를 거부하면 공인중개사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아닌 임차예정인(계약 전 임차인)에게 이러한 사항을 알려줄 의무가 없다. 집주인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시행령상의 의무로 규정하지 못한 것이다.

법률상 임차인은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 완납해야 해당 부동산을 사용할 수 있다. 법적으로 보증금을 완납하기 전까진 임차인이 아닌 임차예정인 신분이다. 결국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정보제공을 거부하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다 건네고 나서야 전세 사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각종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이를 세입자에게 직접 확인하라고 설명 및 방법을 알려주면 설명 의무가 완료되는 점도 문제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세입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인 셈이다.

이번 시행령만으론 빈틈이 너무 많다. 전세사기 예방에는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위험 매물을 미리 걸러내는 것이 관건이다. 임대인의 자료 제공 의무를 강화하거나 공인중개사에게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보완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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