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부터 3%p 중개수수료↑
정부, 소상공인 배달료 정책 내놨지만···배민 배불리는 모양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배달료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배달의 민족 앱 화면. /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의 민족 앱 화면. / 사진=우아한형제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배달 플랫폼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다음달 9일부터 배달 중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정부와 소상공인 모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음식 가격 인상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민은 그동안 쿠팡이츠 등 경쟁사보다 낮은 중개 수수료로 업계를 장악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타사 수준으로 배달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소상공인은 물론, 정부 유관부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배민 수익 대부분이 해외 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즈에 흘러들어가고 있어 ‘재주는 한국에서 부리고 돈은 독일이 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된다.

배민은 2019년 딜리버리히어로즈에 매각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약 7000억원 중 4000억원이 넘는 돈이 딜리버리히어로즈 측에 배당됐다. 딜리버리히어로즈는 최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6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배민의 수수료를 인상해 과징금 납부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배민의 이번 수수료 인상 정책은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배민의 움직임이 소상공인 및 소비자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니터링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통해 영세 상인을 대상으로 배달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민이 수수료 인상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배달료 지원책이 사실상 배민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모양새가 됐다. 정부 측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소상공인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배민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정부와 국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배달 수수료 인상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민 등 플랫폼이 배달 수수료를 올리면 소상공인은 음식값 인상 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같은 음식을 더욱 비싼 값에 먹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소상공인의 수익을 잠식하고 궁극적으로 폐업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배달비 인상으로 물가 인상마저 유도해 국민마저 힘들게 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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