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12회 연속 금리 3.5% 동결
“차선 바꾸고 적절한 시기 방향 전환 준비할 상황 조성”
“금통위원 6명 중 2명,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
“시장 금리 인하 기대, 다소 과도한 측면 있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상승률이 안정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긴축 기조를 벗어나 기준금리 인하를 준비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됐다.

다만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간 의견이 갈렸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뒤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현 3.5%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나머지 2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4명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점검하고 확인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줬다”며 “나머지 2명은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금통위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한 위원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물가 안정세가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그는 “언제 방향을 전환할지에 관해서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며 “언제 방향을 전환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폭 하락한 것에 한은이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대다수 금통위원은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한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 가계부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해서, GDP 대비 비율로는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며 “가계부채를 통화정책만으로는 관리할 수가 없고 정부와의 정책 공조, 특히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통해 앞으로 문제를 계속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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