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이후 12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물가상승률 둔화됐지만···환율·가계대출 불안에 금리 동결 지속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작년 2월부터 시작된 금리 동결 결정이 12차례 연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지만 높은 환율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고려해 금리를 유지한 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올해 5월까지 기준금리는 11차례 연속 동결된 바 있다. 이번 7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2차례 연속 금리 동결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금통위 시점이 8월 22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동결은 1년 7개월 이상 유지될 전망이다. 앞서 가장 길었던 동결 기간인 1년 5개월 21일(연 1.25%, 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 기록이다.

12회 연속 금리 동결의 배경에는 환율 불안정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인 2%에 가까워졌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후반대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는 등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도 앞서 9일 국회에 출석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9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하는 흐름을 나타내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리 인하에 한발 가까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 한국은행도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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