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전국 분양물량 4만1000여가구, 1년 전 대비 1.7배 급증
비수기지만 시장 회복 기미에 밀어내기 분양, 양극화 심화로 미분양 물량 증가 우려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분양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7~8월은 여름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늘며 견본주택 수요층 운집이 쉽지 않을 것이란 까닭에 분양시장의 비수기로 받아들여졌지만 지난해 대비 공급물량이 급증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크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물량이 몰리면서 분양시장의 쏠림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10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7~8월 전국에서 4만1881가구가 일반분양 대기 중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2만4776가구가 공급됐던 점에 견주어보면 69%나 급증한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1만8927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천 5298가구, 대전 4409가구, 충남 3325가구 등의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분양물량 급증 배경으로는 시장 활기가 꼽힌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약 3년 만에 5000건 돌파가 기대될 정도로 단숨에 거래량이 급증하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분양시장도 상승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하루 전인 지난 9일 1순위 접수를 받은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동탄2지구 C18블록)는 186가구 모집에 11만6621건이 접수해 무려 62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청약 접수 건수 기록을 세웠다. 같은날 분양한 또 다른 사업장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성남 금토지구 A3블록)는 26가구 모집에 2만8869건이 접수돼 평균경쟁률이 1110.4대 1이었다. 이달 초 올해 최다 접수 기록인 경기 과천시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1순위 청약 건수(10만3513건)를 단 일주일 만에 기록적인 청약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달 초 서울 마포구에서 분양한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도 강북권 최초로 3.3㎡당 5000만원을 넘기면서 비싸다는 평이 주를 이뤘지만 여지없이 완판되기도 했다. 심지어 공개된 당해지역 1순위 평균 당첨가점을 보더라도 70점에 이르렀다. 이처럼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자 분양업계는 그동안 묵혀뒀던 사업장 공급에 나선 것이다.
수치상으로도 잘 드러난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75.5p에 그쳤던 전망지수는 6월 들어 83.0p로 약 10%p나 늘었다. 청약경쟁률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2.6대1을 기록했다. 1~5월 4.9대 1에 비해 2배 이상 경쟁률이 오른 것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은 여름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많고 장마 등의 계절적 영향으로 분양시장의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역대급 더위만큼이나 분양시장도 달아오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분양 물량의 증가 위험성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크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물량이 몰리면서 분양시장의 양극화와 쏠림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가장 최근 집계인 5월 주택통계만 보더라도 악성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3230가구로 전월 1만2968가구 대비 2.0%(262가구)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째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도 7만2129가구로 한 달 전(7만1997가구) 대비 0.2% 늘었다. 6개월 연속 증가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지역은 전세불안과 공급부족 등의 우려로 신축 수요가 전반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치솟는 분양가가 부담으로 작용해 가격 경쟁력에 따라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면서 “지방은 수요층이 한정적인 상태에서 적체된 미분양 물량과 새 아파트 청약으로 선택의 폭까지 넓어져 입지와 분양가의 경쟁력을 따져 청약하는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