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피의자 신분 출석
드라마제작사 고가인수·콜 몰아주기 등 혐의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검찰이 ‘SM 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을 소환조사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지 약 8개월 만에 이뤄진 첫 조사다.
9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특사경이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한 지 8개월 만이다. 당시 특사경은 김 위원장, 배 전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등 임원 3명 등 총 11명을 비롯해 카카오, 카카오엔터 법인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12만원) 이상으로 끌어 올린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황태선 카카오 CA협의체 총괄대표를 비공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등은 각각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소환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 소환조사 결정엔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부문장은 지난 5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통화에서) 배 전 대표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댜표에게 1000억원 정도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했다”며 “(배 전 대표가 지 회장에게) SM 산하에 브랜드 마케팅과 굿즈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곳들을 정리해 (지분 매입에 대한 대가로) 해당 사업을 사모펀드에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카카오와 원아시아 간 공모 관계를 폭로했다.
추후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부문장이 시세 차익을 공모했단 의혹도 조사 중이다. 바람픽쳐스는 이 부문장의 아내인 배우 윤정희씨가 대주주였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회사의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단 이른바 ‘콜 몰아주기’ 사건을 비롯해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