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증권사 이어 보험사 인수 추진···비은행 경쟁력 강화 ‘분주’
연이은 M&A에 CET1비율 하락 우려
“경쟁 금융지주 대비 낮은 CET1···주주환원율 제고 속도 비교적 느릴 것”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사 인수에 이어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자본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금융의 주주환원 강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인수 대신 동양·ABL생명 인수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지난달 25일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향후 실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보험업 진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에 나서면서 10년 만에 증권업 재진출에 나선 바 있다.
비은행 계열사 확충을 위해 M&A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지만 문제는 포스증권 인수 이후 곧바로 보험사 인수의 물꼬를 트면서 자본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2.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KB금융(13.40%), 신한금융(13.09%), 하나금융(12.88%) 등 여타 금융지주의 CET1비율이 13%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은 1%포인트가량 뒤처진 상황이다.
보험사 인수 추진은 CET1비율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CET1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보통주자본이 분자가 되고 자산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로 평가해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이 분모가 된다. 만약 보험사 인수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거나 인수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경우 CET1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CET1비율 후퇴는 곧 주주환원 축소로 이어진다. 지난 2월 우리금융은 CET1 비율 13% 이내에서 총주주환원율을 35%까지 점진적으로 늘리고, CET1 13% 초과시 35% 이상을 추진하되 중장기 목표를 50%로 설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ET1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에 대비한 자본 여력이 높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손실흡수능력이 약화로 이어지는 탓에 주주환원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비은행 자회사 인수는 외형 성장과 이익 안정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나 동시에 위험가중자산 확대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보통주자본의 10% 이내의 한도 안에서는 위험가중자산을 더하지 않는, 지분투자 형태로의 인수도 가능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인수 대상의 자본 규모를 고려했을 때 남은 한도만으로 인수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고 판단하며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주주환원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경쟁 금융지주 대비 낮은 CET1 속에서 8월 우리투자증권 출범, 생명보험사 인수를 위한 실사 진행 등 비은행 자회사 확장이 추진되고 있어 주주환원율 제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가 결정된다면 인수 가격, 이후 완전자회사 추진 여부 등에 따라 CET1 부담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