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이틀 전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디스인플레이션 추세 지속” 진단
부동산·가계부채 불안 금리인하 기대감 진단···내수부진, 고금리 탓 지적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가 하향 안정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내수 또한 연초보다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불안 조짐에 대해선 금리인한 기대감이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통화당국은 현재 물가가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있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 총재는 11일 열릴 7월 금융통화위원회와 관련한 한은 입장을 묻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최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 기조 하에 성장과 금융 안정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금리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대 확신이 있을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확신이 구체적으로 몇 월이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물음엔 “최근 물가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기에 금통위원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미국 통화당국이 9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미국 의회 증언에 따라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시장에서 금리 인하 시기를 9월 또는 12월로 나눠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리 인하 우려 제기···이창용, 부동산·가계대출 자극 인정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시기상조란 지적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금리인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 기준금리인데 지난 6월 동결 결정이 있었고, 이젠 9월 금리인하도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게 시장 주류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지금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차가 2%포인트로 벌어진 점도 거론했다. 안 의원은 “(한미 기준금리가 벌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외환시장 자금 유출, 환율 상승을 제어하기 어렵다”며 “지금 부동산시장, 가계대출도 불안요인이 많은데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면 그 실익보다 경제적 부작용이 클 것이고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목요일 금통위원들과 회의할 때 언급한 내용을 같이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통화당국의 고금리 기조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경기 침체기엔 재정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근데 정부는 긴축, 감세, 재정건전성을 얘기하면서 경제 성적표가 매우 안좋다”며 “경제성장에 정부 기여분이 없다. 세수결손 대책 없이 감세정책을 남발하면서 재정정책이 흔들린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오기형 의원은 “주택담보대출이 대출규제 완화로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을 확대하면서 통화량을 늘리니 부동산 가격을 올려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쪽에선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관리를 엄격하게 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조처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이자율이 낮아지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라가는 면이 있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 내수부진 원인은 고금리?···이 총재 “덕분에 물가 안정, 불가피한 측면”
이날 업무보고에선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기재부는 최근 2달 연속으로 내수 회복조짐이 있다고 분석한 반면, 전날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제동향에서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박홍근 의원은 “여전히 내수 회복이 어려워보인다. 민간 통계인 소비자판매액지수는 3개월 연속 역성장이고, 소비자심리지수도 대체로 횡보하고 있다”며 “수출과 내수기업 간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봐도 기업들의 부정 전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소비, 소매판매와 설비 투자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수출은 굉장히 호황인데 내수의 더딘 회복세가 경제성장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며 “특히 민간소비와 연관이 큰 소매 판매는 두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내수의 한 축인 설비투자도 3개월 연속 감소세”라고 지적했다. 내수의 더딘 회복세가 고금리 영향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단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고금리로 인해 취약계층이나 정부 투자에 많은 영향을 받아 국민들이 고통을 많이 받은게 사실”이라며 “다른 한편으론 그런 내수축소가 있었기에 지금 인플레이션이 많이 둔화된 면도 있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고 봤다. 이어 “연초 경제성장률을 2.1% 예상했을 때에 비해 내수도 개선된 면이 있다”며 “그 항목을 보면 1분기에 많이 올라갔고, 2분기엔 조정을 받다가 3분기부터 다시 증가세가 돼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에 대해선 “수출은 호조인데 취약계층이 어려운 면이 있어 재정지원을 하게 되면 전략적으로 타깃을 맞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정도가 바람직하다. 다만, 이 수준을 너무 급격하게 맞추면 시장에 주는 충격이 너무 크다. DSR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