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 올해부터 흑자 기조
"현금 실탄 R&D 투입, 선순환 구축"
올 하반기부터 신약 임상 성과 공개
추가 기술이전 기대···업계 관심 집중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리가켐바이오가 지난해 말 얀센과 기술이전 계약 체결과 더불어 올해 초 오리온에 인수되면서 약 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풍부한 실탄으로 신약 개발 전략을 재수립해 조기 상업화를 목표 중이다. 신규 후보물질 개발 가속화를 위한 바이오벤처 투자와 활발한 기술도입도 예고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에 대한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면서 추가 기술이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리가켐바이오는 신약후보물질 초기 연구 개발과 플랫폼 기술이전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올해부터는 후보물질 발굴과 외부 기술도입 등 활발한 연구개발 투자 행보가 예상된다.
◇ 흑자전환+1분기 기준 5000억원대 유동성
올해 1분기 기준 리가켐바이오가 가지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5663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파트너사 얀센으로부터 받게 될 남은 선급금 1033억원이 더해지면 약 7000억원에 육박하는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얀센과 2조2458억원 규모로 TROP2-ADC 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 얀센으로부터 계약금 1300억원을 수령했다. 다만 1분기 매출로는 262억원만 잡았다. 나머지 1033억원은 계약부채 선수금으로 분류해 매 분기마다 약 250억원씩 매출로 분할 계산하도록 회계처리했다.
얀센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에는 단독개발 권리행사금 2억달러(약 2600억원)이 포함됐다. 내년 한번에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임상 진입에 따른 마일스톤 등 유입이 기대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얀센과 기술이전 계약은 리가켐바이오의 흑자전환을 이끌기도 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1분기 얀센과의 계약금이 반영되며 3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년간 이어진 수백억대 영업적자도 1분기 2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2020년 바이오 산업 진출을 선언한 오리온이 올해 초 리가켐바이오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히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레고켐바이오는 오리온으로부터 3자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현금 4700억원을 추가 확보한 바 있다.
◇ 기술이전 파이프라인들 올 하반기부터 임상 성과 공개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리가켐바이오가 오는 2030년까지 로열티를 수령하는 상업화 단계의 품목 5개를 확보하고, 독자 임상 파이프라인은 2027년까지 5개로 늘린다”며 “매년 3~5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리가켐바이오 파이프라인 성과가 본격적으로 확인되는 시기”라며 “존슨앤존슨(J&J)에 기술 이전한 ADC 후보물질 LCB84은 올해 임상 1상을 종료하고 내년에 임상 2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고, 신규 파이프라인인 LCB41은 올해 안에 LCB97, LCB02는 내년 하반기에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진단했다. LCB41, LCB97, LCB02 모두 ADC 신약후보물질로 현재 전임상 단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임상 역량 강화를 위해 후속 ADC 파이프라인 개발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바이오벤처와 전략적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체 신약후보물질 발굴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외부 물질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리가켐바이오는 기존 약 4.5%의 브릿지바이오 지분을 보유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브릿지바이오의 주력 과제인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는 리가켐바이오가 초기 발굴해 기술이전한 물질이다.
이번 브릿지바이오가 진행하는 2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리가켐바이오측 배정 물량은 약 63만주로 예상된다. 앞서 리가켐바이오는 브릿지바이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두 번 참여했다. 2021년 50억원, 2023년 3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브릿지바이오사는 당사 원천기술개발사로 BBT-877을 보유한 회사인 만큼 추가로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며 “신약 개발에서는 당분간 고형암, 혈액암 타깃의 ADC 항암제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신규 신약후보물질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국내외 항체회사 및 페이로드 가능 회사사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새로운 물질 도입 가능성은 늘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온으로부터 받은 투자금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 현금을 활용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리가켐바이오는 ADC 신약후보물질로 누적 13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만큼 올해와 내년 공개될 임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리가켐바이오가 오는 2030년까지 5개의 파이프라인을 상업화에 성공시킬 것을 목표했는데 ADC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저분자 화합물(항생제, 폐질환 치료제)의 개발 진행 상황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특발성폐섬유증 질환 파이프라인인 BBT-877은 브릿지바이오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임상 2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