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연합해 야심차게 출범했으나 성장 한계 보여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 사진 = 콘텐츠웨이브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 사진 = 콘텐츠웨이브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이태현 대표가 연임하며 내걸었던 기업공개(IPO)와 유료가입자 및 매출 증가 등 경영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며 재무건전성만 악화했다.

9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시장 경쟁 심화로 웨이브 실적 반등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티빙과의 합병 본계약 체결이 사실상 임기 중 마지막 목표로 남았다. 

이 대표는 KBS PD 출신으로 뉴욕PD특파원, 편성정책부장, 콘텐츠사업국을 거쳐, 2019년 5월 콘텐츠연합플랫폼(POOQ 제공사) 대표로 취임했다. 

당시 회사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 확장, IPO 등 미래 비전을 구체화시켜 가야 할 중요한 시점에서 웨이브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표 연임 결정을 내렸다.

이 대표의 연임으로 웨이브는 그간 추진해온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웨이브는 콘텐츠 투자를 지속 확대했지만, 적자폭도 덩달아 커지며 경영 상황은 악화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8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188억원 대비 약 32%(384억원) 줄었지만, 2019년부터 적자를 이어갔다.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이용자 지표를 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기준 웨이브의 월이용자수(MAU)는 약 432만4000명으로 6개월 새 3% 감소했다. 전년 동기(약 432만6000명) 대비로도 줄었다. 일이용자수(DAU)의 월평균도 약 110만명으로 작년 12월 대비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의 이용시간도 4427만시간으로 6개월전 대비 5%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유료가입자 600만명 확보, 매출 5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단 목표 달성도 어려워졌다. 웨이브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339억832만원을 기록했다. 목표했던 상장도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재무건전성은 악화돼 SK스퀘어 미국법인으로부터 250억원을 투자받았음에도 자본총계 –268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웨이브는 한 때 토종 OTT 1위 사업자로서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기대를 모았는데, 티빙과 쿠팡플레이 등 뒤따르던 사업자들에게도 역전당한 형국”이라며 “뚜렷한 영업실적 반등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웨이브에게 남은 과제는 티빙과의 합병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 역시 당초 목표한 상반기를 넘긴 상황이다. 웨이브의 전환사채(CB) 2000억원을 누가 갚을지에 대한 주요 주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웨이브가 이태현 대표의 연임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완에 그친 상황”이라며 “당초 계획한 상반기 본계약 체결은 물 건너갔지만, 그룹 차원의 전략 변화로 IPO보다는 티빙과의 합병 작업 마무리가 이 대표의 마지막 과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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