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출생 대책, 비정규직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저출생을 해소하는데 좋은 거라면 다 들고 나왔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늘리고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새로 도입한다. 공공·민영주택의 분양시 신생아 우선 공급도 신설한다. 결혼 특별세액공제도 새로 도입하고 자녀세액공제도 늘려갈 계획이다.

“저출생 추세가 어떤 식으로든 반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부의 각오가 엿보이는 대책이다. 51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 탓에 전부 숙지하기도 힘들다. 대국민 인식조사에 대국민 정책 공모전까지 진행, 최종본 발표까지 수정만 87번 된 정책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백화점식 지원책이 발표됐지만, “와닿지 않는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는단 불만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이미 아이가 있거나, 집을 살 여력이 되거나,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을 가진 사람만 이득을 보게 된다”고 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4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을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은 빠졌다는 주장이다.

우선, 정부는 소득이 적을수록 아이를 더 낳지 않는 현상을 외면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소득분위별 100가구당 출산 가구 수는 상위 3분의 1(3분위)이 5.78가구로 가장 많았고, 중위 3분의 1(2분위)은 3.56가구. 소득 하위층의 출산 가구 수는 1.34가구에 그쳤다.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정규직 보다는 중소기업 종사자, 비정규직, 1인 자영업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해 기준 45.5%에 이른다.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현장이 대다수다. 이번 정책선 노동현장서 꾸준히 요구하는 휴직 의무화, 특수고용노동자 등 적용대책은 빠졌다. 육아휴직 신청 의무도 여전히 근로자에게 주어졌다. 이들에게 육아휴직과 유연 근무제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이제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수도권 집중 완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구조 변화를 통해 불안한 청년이 없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결혼하면 주는 혜택’에 집중하기보다는 ‘결혼이 두렵지 않은 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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