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놓고 노사 갈등 이어져
유통 대기업·이커머스 플랫폼 등 인수 검토 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유력 인수 후보자들과 물밑 접촉하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프라인 업태 중 사업 확장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어느 유통 기업이 인수할지 이목이 쏠린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주관사를 모건스탠리로 선정했다. 모건스탠리는 국내외 유통그룹 및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매수자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 싱가포르 테마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20여개의 홈플러스 점포 폐점,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진행해 현재 약 4500억원의 채무가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결의를 선포했다. 노조는 내달 말 1000명 참여를 목표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이 ‘본체 경쟁력 강화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통해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10년 넘게 공들였던 신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계열사 간 합병,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사업구조 재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환경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존과 지속 성장을 위해 사업 구조 재편과 재무 강화를 적극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유력 후보로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 GS리테일, BGF리테일 등이 거론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유통업계에선 ‘오프라인 거점 확보’ 차원에서 알리익스프레스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롯데쇼핑이 최종적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슈퍼마켓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SM 업체의 점포 수는 GS더프레시가 483개로 가장 많고, 롯데슈퍼 356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15개, 이마트 에브리데이 252개 등 순이다. 롯데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단순 계산으로 롯데슈퍼는 SSM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게 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시장점유율 20%대로 알려져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 2021년 시장점유율 36.7%에서 지난해 31.4%로 감소한 만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체 매장의 75%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경쟁사는 수도권 점포 비중이 50% 내외로 파악된다. 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경기 용인과 오산, 경남 함안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고 1시간 퀵커머스 배송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오는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부산에 풀필먼트센터 오카도 가동을 앞두고 있어, 양사의 시너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SSM인 롯데마트·슈퍼로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일구고 있다. 롯데쇼핑 IR 자료에 따르면 롯데마트·슈퍼는 지난해 매출 5조5878억원, 영업이익 7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64.6%나 급증했다. 올 1분기에도 롯데마트·슈퍼는 매출 1조3831억원, 영업이익 374억원을 냈다. 롯데마트·슈퍼는 올 1분기 롯데쇼핑 이익기여도 33%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은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 1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8009억87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가격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약 1000억원의 8~10배인 8000억~1조원을 희망하고 있으나 잠재적 인수 후보들 사이에선 “4000억원 수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롯데지주는 과거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인수금액은 3133억6700만원이었다.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롯데는 세븐일레븐을 편의점 빅3로 굳히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니스톱 때처럼 롯데가 유통 부문서 잘되고 있는 슈퍼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큰 금액을 써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롯데가 요새 점포 효율화 차원에서 점포 리뉴얼 효과를 보고 있는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점포 이원화 등 투자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인수에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가 이미 오카도, 미니스톱 등에 투자를 많이 했던 터라 기업 인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금 여력이 있고 SSM을 잘 키울 수 있는 회사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는게 적합하다. 오히려 다른 업태에서 인수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