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알뜰폰 진출도 위협

박윤규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사진 오른쪽)이 황성욱 알뜰폰협회 상근부회장과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를 방문해 단말 체험존에서 알뜰폰 요금제 출시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윤규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사진 오른쪽)이 황성욱 알뜰폰협회 상근부회장과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를 방문해 단말 체험존에서 알뜰폰 요금제 출시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도매대가를 놓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시름이 깊다. 올해 협상은 망을 갖고 있는 이통3사를 상대로 정부가 중재를 하지만 내년부터 직접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업계는 22대가 국회가 알뜰폰 사업자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목표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 알뜰폰사업자 간 협상을 중재한다.

도매대가는 알뜰폰이 이동통신사 망을 빌리는 대가로 내는 금액이다. 도매대가에 따라 알뜰폰 요금제도 달라진다. 올해 협상에서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이르면 9월부터 알뜰폰 요금제가 인하될 전망이다.

알뜰폰 수익배분방식(RS) 도매대가 변화 /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 수익배분방식(RS) 도매대가 변화 /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전 도매대가 인하는 2022년 12월이다. 당시 음성 및 데이터 도매대가는 각각 14.6%와 19.8% 내렸다.

이번 협상에서 인하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꾀하는 윤석열 정부가 알뜰폰 요금제 인하를 통한 통신3사 과점 체제 해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협상 일정 및 인하 수준은 결정되지 않았단 입장이지만, 올해 업무 목표를 제시하며 통신3사 대비 30% 이상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뜰폰 종량제(RM) 도매대가 변화 /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 종량제(RM) 도매대가 변화 /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올해는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상하는 마지막 해다. 지난해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3년마다 일몰됐던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상설화되면서, 내년 2분기부턴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사와 도매대가 협상을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 사이에서 벌써 내년 도매대가 협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사 대비 협상력이 낮은 개별 알뜰폰 사업자들이 제대로 된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협상 실패에 따른 알뜰폰 시장 경쟁력 위축을 우려하는 것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지난 국회가 알뜰폰 시장을 사실상 망쳐놨다고 본다. 내년부터는 사후규제로 전환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알뜰폰협회에서 회원사 의견을 모아 협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통신사들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도매대가 인하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국회에서 법안을 다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방법이 없다”며 국회의 알뜰폰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금융권의 잇따른 알뜰폰 시장 진출도 알뜰폰 사업자들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10일 LG유플러스와 알뜰폰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사업 시작을 목표로 협의 중이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토스)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은행 금리 우대, 보험상품 이용 등 금융상품과 결합한 요금제를 통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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