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인하 통해 본격 영업 행보 재개
연내 흑자 달성 위해 적극적인 영업 전략 불가피
관건은 건전성···연체율 매 분기 상승 추세, 영업 확대 시기상조 의견도
연체율 상승하면 충당금 적립 부담 커져 무용지물···SBI저축은행 "컨트롤 가능"

SBI저축은행 연체율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SBI저축은행 연체율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올해 1분기 6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SBI저축은행이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인하하면서 본격 영업 행보에 나섰다. 연내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적극적인 영업 전략이 필요하지만 연체율이 이미 5%를 넘어선 상태인 만큼 건전성에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BI저축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2.1%포인트 낮췄다. 인하된 금리에 따라 사업자 고객은 5.54~14.95%, 개인 고객은 5.54~11.95%의 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고객의 이자부담을 경감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한다는 취지다. 금리 하단이 5%대가 되면서 타 저축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주담대는 지표금리에 연동되는 기준금리와 금융기관의 마진 성격인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기준금리는 개별 금융사가 임의로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주담대는 보통 기준금리로 COFIX(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르는데 이는 국내 은행들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계산된다. 가산금리는 고객의 신용점수와 이자 마진율 등에 따라 금융사별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번 SBI저축은행은 가산금리 인하를 통해 주담대 전체 금리를 하향시켰다.

저축은행 업황 악화에도 SBI저축은행은 그 동안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해왔다.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41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에도 89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경쟁사 대비 악화 폭이 양호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달랐다. 지난 1분기 SBI저축은행은 당기순손실 6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SBI저축은행이 업권 내 자산규모 1위인 만큼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실제로 분기 단위로 살펴보면 10년 만에 적자다. 지난 2014년 1분기 186억원의 순손실을 낸 이후 첫 분기 적자다.

올해 남은 기간 흑자전환을 위해서는 영업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이번 금리 인하는 영업 확대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담대의 경우 단위가 크고 상품 가입기간이 길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건전성이다. 업계에서는 주담대 취급 확대가 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담대로 수익성이 높아져도 연체율이 덩달아 상승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연체율 상승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진다면 유의미한 실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적립금으로 쌓아놓는 돈이다.

일각에서는 SBI저축은행의 주담대 영업 확대가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나온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차주가 자금 여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SBI저축은행의 연체율은 매 분기 계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22년 3분기 말 1.44%에 불과했던 연체율은 2년도 채 안 돼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1분기 기준 SBI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59%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23%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6.97%로 전년 동기 대비 3.19%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개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고정이하여신(NPL)으로 취급한다.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NPL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 자산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악화된 건전성 지표에 SBI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전년 동기(6024억원) 대비 7.5%(약 450억원) 이상 늘어난 6475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업황이 너무 안 좋은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보니 주담대 영업을 확대하는 측면이 있다"며 "부실 우려에 대한 충분한 대비와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모든 저축은행 업권이 동일하게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면서도 "과거보다 연체율이 상승한 부분은 있지만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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