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생명·손보, 수익성·건전성 수준 낮아
돈은 많은데···대형 M&A에 소극적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하나금융의 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손해보험의 수익성, 건전성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보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인수합병(M&A)이 필요한 상황인데 하나금융은 선듯 나서지 않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생명의 올해 3월 말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11.1%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9%포인트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150%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순익이 4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자본건전성은 악화된 것이다.
킥스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사의 자기자본(가용자본)을 분자로 하며, 금리·장수·해약·재해·신용 등 보험사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위험으로 인해 자기자본이 감소할 수 있는 규모(요구자본)를 분모로 해 구한다.
올해 초 환급률을 크게 높인 단기납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결과 분모인 요구자본이 지난해 말 대비 10% 급증했다. 새로운 계약 확대로 대량해지위험액과 사업비위험액이 불어났다. 이와 함께 보험부채의 현재가치를 측정하는 할인율(장기선도금리)이 내려가 순익 증가에 따른 가용자본 증가 효과도 사라졌다.
이에 하나생명은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단 평가다.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면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하나생명의 수익성은 업계에서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생명의 전체 보험부채 가운데 보험계약마진(CSM)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그쳤다. 4조2865억원의 보험부채 가운데 CSM이 3015억원이다. 기업 규모가 비슷한 iM라이프(17%) 대비 크게 낮다.
하나손보도 수익성·건전성 모두 좋지 않다. 3월 말 킥스 비율이 작년 말 대비 17%포인트 내려간 130.5%를 기록했다. 또 하나손보는 지난해 879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손보는 지난 2020년 하나금융에 편입된 이후 2021년을 제외하곤 계속 손실을 거두고 있다.
보험계열사가 성장하지 않다 보니 하나금융은 추가 자금을 내려보내기도 쉽지 않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1년에 1000억원의 자금을 하나생명에 보냈다. 하나손보에도 총 276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사를 인수해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보험사 M&A에 망설이고 있다. 지난해 KDB생명 인수에 나섰지만 결국 포기했다. 최근엔 동양생명 인수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결국 소문으로 그쳤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0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대형 M&A에 나서지 않았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서 이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M&A엔 다소 소극적인 것이다.
보험업 강화를 하지 않으면 자칫 금융지주 간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최근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인수에 나섰다.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을 품에 안으면 보험 사업에선 하나금융을 크게 앞서게 된다. 우리금융은 또 증권 계열사도 세웠다. 증권사도 계속 성장하면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에 실적 3위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하나금융이 향후 외국계 생보사인 메트라이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트라이프도 알짜 매물로 통한다. 킥스 비율이 300%가 넘을 정도로 자본력도 탄탄하고 보유 계약 대부분이 보장성 보험이라 수익성도 높다. 다만 미국 본사가 언제 메트라이프를 시장에 내놓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하나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형 생보사 인수를 원할 것“이라면서 ”메트라이프는 하나금융 규모에 알맞은 매물이지만 인수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