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가구 임대주택 동의 필수···소유주 서울시가 반대
중구청 “서울시가 동의해야 조합설립 가능”
‘분양+임대’ 혼합형 단지, 리모델링 요건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 재건축 활성화 기조에 뒷전이란 지적도

[시사저널e=시사저널e 기자] 서울 최대 리모델링 사업지로 주목받은 남산타운이 안갯속을 걷는 형국이다. 리모델링 사업을 하기 위해선 단지 내 임대주택의 동의가 필요한데 소유주인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중구청은 서울시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남산타운은 2002년 지어진 5150가구 규모 초대형 단지다. 분양주택 35개 동(3116가구)와 임대주택 7개 동(2034가구)로 구성된 혼합형 단지이기도 하다. 한강 이북 대단지로 꼽히는 성북구 ‘한신한진’(4509가구)과 서대문구 ‘DMC파크뷰자이’(4300가구), 노원구 ‘미륭미성삼호3차’(3930가구)보다 단지 규모가 크다.

이곳은 2018년 6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에 포함되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됐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 시내 7개 단지(중구 남산타운, 송파구 문정시영·문정건영, 강동구 길동우성2차, 구로구 신도림 우성1~3차)를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남산타운 리모델링 대상은 서울시 임대주택을 제외한 분양주택 전체로 시범단지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서울시로부터 3억5000만원을 지원 받아 기본설계와 사업타당성 검토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중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며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중구청이 조합설립인가를 반려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중구청은 조합설립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위해선 구분 소유자 중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남산타운은 전체 가구 수의 40%를 차지하는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해 3분의 2 이상 동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산타운이 중구청이 요구하는 법적 요건을 맞추긴 쉽지 않아 보인다. 임대주택은 서울시 소유다.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리모델링할 계획이 없다. 임대주택의 경우 별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 선정 당시 일반 분양가구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중구와 협의가 끝난 사항이다”며 “지난 5년간 일반주택만 두고 진행을 이어왔으면서 갑자기 시의 동의를 묻는 게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구청은 “임대주택 소유자인 서울시 동의가 있어야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인가할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행법상 남산타운처럼 분양가구와 임대가구가 섞인 혼합형 단지에 대한 리모델링 요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중구청 입장이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중구청은 분양가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 계획 수립 및 결의서 징구를 단지 전체로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뒤늦게 내렸다. 중구청 관계자는 “남산타운 아파트처럼 임대주택이 포함된 혼합단지에 대한 리모델링 요건은 어디에도 없다”며 “현행법에 근거해 서울시 동의율이 필요하다는 법리적 해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혼합형 단지에 대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란 서울시의회 의원은 제323회 주택공간위원회 회의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관리하는 혼합주택단지 중 약 30%는 조합설립 요건을 갖출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분양가구 비율이 3분의 2 미만이기 때문인데 곳에 따라 분양가구가 5% 미만, 즉 임대가구가 95%인 단지도 있어 이런 곳은 정비사업 추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혼합형 단지의 노후화에 따른 정비사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분양가가 원하더라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니 서울시에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시설 진행됐던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활성화 기조에 따라 뒷전으로 밀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남산타운을 비롯한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대부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정시영은 2020년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로 4년간 다음 단계인 건축심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신도림 우성1~3단지는 건축심의를 통과하고도 사전자문 문턱을 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7개 시범단지 중 건축심의를 통과한 단지는 신도림 우성 1~3단지가 유일하다”며 “사업이 진행되는 사이에 시장이 바뀐 데다 서울시 기조가 재건축 활성화에 집중돼 있다보니 리모델링도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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