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내일 본입찰인데···매각 실패 가능성
우리금융, 두 곳 모두와 협상 진행할수도

(왼쪽부터) 동양생명·우리금융지주·롯데손해보험 서울 사옥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 인수에 뛰어들면서 롯데손해보험이 난감해졌다. 매각 본입찰을 코앞에 뒀는데 사실상 유일한 예비입찰 참여자인 우리금융이 다른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재무적 부담과 그룹 통합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금융이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롯데손보는 포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롯데손보 본입찰에도 참여해 협상력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모두 인수하기엔 부담 커···롯데손보는 포기?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 본입찰은 오는 28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예비입찰 단계에서 실사를 벌인 곳은 우리금융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우리금융이 중국 다자보험과 동양·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작성한 것이다. 당분간 동양생명 매각은 우리금융이 단독 협상권을 갖는다. 

우리금융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롯데손보의 이번 매각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일단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본입찰 참여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단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우리금융은 불참할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손보 지난 두 달간 롯데손보를 실사해 본 결과 인수하지 않는 것이 낫겠단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롯데손보 모두 인수할 확률은 높지 않다. 재무적 부담 때문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없기에 자기자본(보통주)의 10%인 약 2조7000억원까지는 인수를 위해 써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를 넘으면 자본비율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유한 보험사 지분 가치가 자기자본의 10%를 넘어가면, 초과한 규모만큼 금융지주의 자본이 깎이기 때문이다. 자본이 줄어들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은 더 크게 하락한다. 

더구나 새 계열사를 얻는 데 따른 통합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보험업은 은행업과 성격이 많이 달라 은행 기반인 우리금융이 다루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KB금융은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KB생명과 합병한 후 전산 통합 과정만 4년 가까이 걸렸다. 현재도 KB색깔을 입히는 데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입찰이 불발되면 롯데손보는 향후 매각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손보는 몸값이 높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그간 퇴직연금 사업이 핵심이었던 롯데손보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이익 규모가 급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단 의견이 있었다. 이번 예비입찰에서 대형 금융지주 가운데서 우리금융만 참여한 것도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추가로 매각에 나서면 몸값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롯데손보 본입찰도 참여해 협상력 높일 수도

다만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본입찰에도 참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두 곳 모두와 협상을 벌여 유리한 가격을 받아낼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면 롯데손보는 그간 최대 3조원을 요구했던 매각가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동양생명도 매각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의 가격 협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사 평가 방식인 내재가치법(EV)으로 따져본 동양생명의 가치는 5조원이 넘는다. 다자보험이 보유한 지분율 75%를 고려하면 3조7500억원을 인수에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이 가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동양생명의 시가총액은 1조원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1조원 중반에서 2조원 가량으로 인수하려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사례가 매각가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KB금융은 지분 100%를 사들이는데 약 2조3000억원을 썼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가량되는 수준이다. EV로 판단했을 때 현재 KB라이프생명의 가치는 동양생명보다 약 2조원 더 높다. 물론 지금 보험사의 가치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당시보다 더 올랐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동양생명이 푸르덴셜생명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PBR 0.8배를 적용해 산출한 동양생명 지분 75%에 대한 인수가는 1조5000억원 가량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본입찰에 참여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건 전혀 없다"라면서 "어떻게 되든 우리금융이 유리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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