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서 만난 정부·의사단체 기존 입장 고수
醫 “의료대란, 정부 탓”vs政 “휴진, 사법당국 고소”
증원규모 결정 과정 의문에 “대통령실과 협의 결정”
野 “증원 결정 이례적 절차 생략, 정치적 의도 의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의료공백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정부와 의사단체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정부는 휴진 움직임이 불법이란 점을 강조한 반면, 의료계는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도 지방 의료진 부족 등을 내세운 정부와 교육의 질 저하를 부를 수 있단 의료계 입장이 엇갈렸다.

정부의 의대증원 준비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증원 규모 결정 시기 등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의료계와 협의가 미흡한게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의대증원 필요 재정 규모와 관련한 자료는 아직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선 의료계와 환자 단체, 정부 측 관계자들이 모여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의료계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출석했고, 정부에선 조규홍 장관, 박민수 2차관 등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앞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 사잔=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앞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 사잔=연합뉴스

◇“의료대란 정부가 만들어”vs“휴진은 불법”···정부·의료계 현안 입장차

의료계는 의료대란 사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의사단체 수장으로서 국민께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물음에 “현 사태는 의사들이 만든 사태가 아니라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건드린) 복지부 차관과 공무원들이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학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단 의견도 내놓았다. 안 원장은 “의대생 수가 100명 이상 증원되면 교수 수나 교육병원의 규모가 미흡한 상태가 될 것”이라며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교수 수나 교육 병원 규모가 (증원 규모에) 상응하게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은 꼭 필요한 결정이란 점을 강조했다. 박 차관은 “우리나라 의료가 그간 성과가 좋았지만, 최근 들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또 “의사 증원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대책을 통해 필수의료 과목들이 제대로 진료할 여건을 만들 수 있는 내용을 정책에 포함했다”며 “정당한 보상을 위해 수가 보상 체계를 바꾸고, (의사들이) 사법 리스크를 가장 어려워하기 때문에 그런 보호장치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 증원을 포함하는 인력 양성을 통해 꼭 필요한 지역과 과목에 의사들이 지원하고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단체 휴진은 불법이란 점도 재확인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 때문에 진료를 거절한 것이 정당한 사유라고 보느냐”는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박 차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료 거절) 사안이 명백한 건 조사도 했고, 사법당국에 고소도 했다”고 답했다.

박 차관은 이어 “의사 증원에 관해 의료계에서 집단행동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집단행동을 예견했고 비상진료대책을 준비했으나 피해가 있었다”며 “환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의료계와의 대화 등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정부 “의대 증원 필요 재정 아직 정확한 자료 없어”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을 위한 소요 재정 계획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의대증원 관련 사업비가 어느정도 소요될 것인지 묻자 박 차관은 “정확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재정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판단하지 않냔 질의엔 “한다”면서도 “다만 대학들이 요구한 내역이 있고 정부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려면 재정이 어느정도 소요되고,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 사전에 판단하지 않고 어떻게 증원을 결정할 수 있나”라며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브리핑이 있었던 지난 2월 6일에 알았는지에 대한 질의에 박 차관은 “(증원 규모로 여러 숫자들이 계속 검토됐고, 심의 의결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했으며, 브리핑을 할 때 확정됐다”며 “그간 2035년까지 의사 1만5000명을 어떤식으로 메꿀지에 대한 여러 논의가 오갔고, 숫자가 어느 한 시점에 튀어나온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다만, 야당에서 2000명 결정 근거가 부족하다며 대통령실 지령 의혹이 계속 나오자 조 장관은 “제가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언론에 의대 증원이 보도된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올해 2월 6일까지 복지부와 대통령실이 의대 정원 확정 문제를 협의한 적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엔 “장관과 대통령실 사회수석, 비서관 등과 여러차례 논의했다”면서도 “날짜를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논의 과정에 대해선 “의협은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단 입장이었기에 더 이상 진전이 어려웠다. 의대 정원 결정 근거로 삼았던 3개 보고서도 의료계에 전달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며 “복지부에선 1만5000명이 부족한데 5000명은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수가 인상이나 인력 재배치로 흡수하고, 나머지는 제도 개선으로 흡수할 수 없어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결정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정부 정책이 이렇게까지 절차, 과정이 생략된 채 나온 게, 국회의원 하는 동안 처음본다”며 “총선을 바로 앞둔 2월 달쯤에 나온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