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슬러시드’ 행사에 부·울·경 스타트업 한 자리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부산 벡스코에서 부산 슬러시드 행사를 열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부산 벡스코에서 ‘부산 슬러시드’ 행사를 열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인재와 인프라를 갖춘 스타트업 허브(hub·중심)다. 부산 역시 샌프란시스코처럼 또 다른 형태의 혁신을 만들어낼 것이다.”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주관하는 국내 스타트업 행사 ‘부산 슬러시드(BUSAN Slush’D) 2024’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부산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낙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애플과 구글 본사 등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빅테크로 성장한 지역이기도 하다. 

올해 2회째를 맞는 부산 슬러시드는 부산·울산·경남 소재 스타트업과 국내외 투자사들이 참여해 지역 생태계 발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아시아권 투자 움직임, 부산 성장 가능성 높아

최근 글로벌 투자사들 사이에서 아시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아시아 지역은 크게 성장시장(중국·인도·동남아시아)과 선진시장(한국·일본·호주)으로 분류된다. 중국은 지난 2022년 기준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323억달러(약 44조8000억원)로 우리나라(59억달러·약 8조원)보다 훨씬 크다. 성장률은 우리나라는 53%인데 반해 중국은 3% 수준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하는 부산 슬러시드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 사진=한다원 기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하는 부산 슬러시드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 사진=한다원 기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벤처캐피탈 APAC 유승연 대표는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가 돋보여 성장 자본이 몰리는 추세”라면서 “아시아 젊은 인구는 전 세계의 61%에 달한다. 앞으로 아시아 국가, 그 중에서도 한국은 소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투자사들 사이에서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한다”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미중 갈등, 기술 규제 등에 가로막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도의 디지털 인프라, 기술혁신 및 인적 자원, 벤처 생태계 발전 등으로  투자 자본 규모 성장률이 53%로 크게 뛰었다.

원한경 플랜에이치벤처스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인재, 인프라 때문에 발전했다. 부산은 국립대학교를 비롯한 좋은 대학교가 많아 인재 풀이 우수하고 핀란드 헬싱키처럼 항구도시로서 교통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다”면서 “통상 한국은 IPO까지 13.5년 걸린다고 하는데, 이에 비춰보면 부산은 이제 성과를 거둘 때가 됐다”고 밝혔다.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자본, 인재, 기술 등이 필요하지만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이해관계, 즉 ‘협력하는 문화’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한국 스타트업은 지나친 정부 규제, 경쟁 문화에 사로잡혀 있는데 시리즈 C, D 단계로 성장하고 글로벌로 진출하려면 경쟁보다 협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울·경 스타트업 “특정 분야에만 지원 쏠려”

정의근 부산돼국라면 대표는 박스 형태로 자사 라면을 홍보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정의근 부산돼국라면 대표는 박스 형태로 자사 라면을 홍보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부·울·경 지역엔 친환경, 지역 특산물 등을 소재로 한 스타트업이 창업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해양 자원을 친환경 소재로 업사이클링하는 스타트업 ‘그린오션스’는 경남과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문피아 그린오션스 대표는 “부산은 지역 인프라가 좋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을 키우기엔 조건이 열악하다”면서 “부·울·경은 우주나 항공산업에 더 투자가 몰리는 분위기여서 해당 분야가 아닌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위해 서울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을 중심으로 ‘부산돼국라면’을 창업한 정의근 대표는 “창업했을 때부터 느꼈지만 식음료 분야는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시키기엔 사업 성장 한계가 있다”면서 “인공지능이나 딥테크 등에 지원, 펀드 등이 쏠리기 때문에 부산돼국라면을 키우고자 직접 발로 뛰어서 투자 유치를 받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래도 부산=돼지국밥을 알리고자 대선소주, 마사회 캐릭터 깨알이 등과 협업해 대선이라면, 깨알이라면 등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서울에선 배달의민족, CU 등과 협업하거나 롯데월드, 한화호텔앤리조트 등에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등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등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이날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를 출범했다. 총 1000억원 규모로 중기부가 모태펀드에서 250억원, KDB산업은행이 500억원, BNK금융지주가 100억원, 부산광역시가 50억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50억원 등을 출자했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에 중점 투자하는 벤처펀드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오기웅 중기부 차관은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의 출범은 지역 스타트업에 큰 희망과 기회가 되고, 우리나라 지역 벤처투자가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중기부는 비수도권에 소재한 스타트업에 보다 많은 투자 기회가 주어지도록 지역 은행 등과 함께 지역 전용 벤처펀드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혁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벡스코에서 IR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부산 벡스코에서 IR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용기와 신념, 열정을 갖고 있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청년들이 꿈을 펼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창업을 지원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선배 경제인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다만 부산에서 아직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기업은 전무하다.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맨땅에 헤딩이라고 할 수 있는 도전정신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제로 투 원’ 성장을 이뤄냈지만 유니콘엔 이르지 못했다”면서 “그간 부산에선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정도만 보였는데, 부산 지역에 특화된 재간접펀드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부산에서 글로벌 수준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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