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한 상장사 다수 주가 지지부진
밸류업 체감하기 아직 이르다는 점이 원인 지목
상장사별 이미 옥석 가리기 시작됐다는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 정책인 ‘밸류업 공시’가 본격화된 지 한 달을 앞둔 가운데 주가 영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밸류업 공시에 나선 상장사 다수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상황으로, 상장사의 밸류업 공시를 실제 주주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4일 한국거래소 밸류업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관련 정책 시행 이후 6곳의 상장사(KB금융·키움증권·에프앤가이드·DB하이텍·콜마홀딩스·우리금융지주)가 기업가치 제고안 및 공시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안을 담아 공시한 상장사는 2곳(키움증권·에프앤가이드)이었고 나머지는 밸류업 공시를 예고한 경우였다.

시장 안팎의 관심 속에 밸류업 공시 제도가 시행됐지만 주가에는 아직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밸류업 공시를 예고한 1호 상장사인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7일 공시 이후 주가가 2.2% 상승하는데 그쳤다. 코스피가 이 기간 3.6% 상승한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승률이다. KB금융지주는 올해 4분기 중 밸류업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등 구체적인 밸류업 방안을 발표했던 키움증권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8일 상장사 중 최초로 밸류업 예고가 아닌 실제 밸류업 공시를 했다. 키움증권 주가는 공시 전 12만5400원에서 공시 이후 3거래일 만에 13만38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모멘텀을 이어가지 못하고 전 거래일 기준 12만2600원으로 내려왔다.

코스닥 1호 밸류업 공시를 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에프앤가이드는 밸류업 공시를 한 지난달 30일 이후 전 거래일까지 주가가 4% 넘게 하락했다. 에프앤가이드는 향후 5년 내 ROE 18%,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 15%, 최소 배당 26% 유지 및 상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밖에 DB하이텍은 밸류업 계획 예고 공시를 한 이달 14일 이후 주가가 28% 넘게 급등했지만, 이는 DB하이텍이 테슬라에 납품될 반도체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에 따른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콜마홀딩스가 별다른 이슈 없이 지난 20일 밸류업 계획 공시를 낸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선 투자자들이 상장사의 밸류업 공시를 아직 체감하지 못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상장사들이 내놓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은 중장기적인 계획 속에 진행되는 것으로 이른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밸류업 공시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구체적인 숫자로 밸류업 방안을 제시한 상장사는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올해 하반기 중에 구체적인 공시를 하겠다는 안내공시가 전부였다. 올해 초 밸류업 정책 영향에 상장사들 사이에서 각종 주주가치 제고 발표가 나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셈이다. 

이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상장사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와 실현 여부에 따라서 투자자들의 반응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장사의 밸류업 기대가 현실화되는 경우 주가 움직임이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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