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경영관리 아래 사세확장 제한
관광 테마별 프로모션으로 전략 차별화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아시아나항공과 현재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2곳이 채권단 체제 아래 사세 확장을 제한받는 가운데 방한(인바운드) 여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20일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간 국내외 항공사가 운송한 국내 도착, 출발 여객 수는 각각 7128만7205명, 7116만2533명으로 집계됐다.
항공사들이 출발, 도착 여객 수 차이에서 서로 상이하지만, 전체적으로 방한 여객이 출국 여객보다 12만4672명 많았다. 한국인 왕복 여객을 고려하더라도, 외국에서 들어온 여객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적 항공사들은 2분기 경기 불확실성 등 요인 때문에 한국에서 출국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수요가 주춤한 상황에서 인바운드 여객 공략에 힘쓰는 중이다.
◇ 아시아나항공,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에 초점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최근 의료, 항구,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관·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인바운드 수요 창출에 힘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선진화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공들이는 중이다. 전날 가천대 길병원과 함께 외국인 의료 관광객 수요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길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울란바토르(몽골),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알마티(카자흐스탄)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로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항공권 할인, 공항 무상 픽업, 건강검진 서비스 비용 인하 등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한양대 국제병원, 연세대 의료원 등 국내 주요 병원과 제휴를 맺고 방한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선제적으로 유치해 왔다. 운항 편수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노선의 인바운드 관광객 니즈를 파악해 수요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중앙아시아 노선에 지닌 강점을 활용해 구내 주요 병원들과 의료 제휴 체결을 통한 의료관광 수요 유치에 힘쓰는 중”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항공사 간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차별적인 전략으로 고정수요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에어부산, 부산관광 편의 강화···에어서울, 관광 테마별 협업 모색
에어부산은 선박을 이용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의 동남권 여행 편의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산둥항구그룹과 항공-선박 연계 상품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후 에어부산의 부산-칭다오 노선과 산둥항구그룹의 칭다오-인천·평택 항로를 연계한 운송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향후 마케팅과 홍보에 힘 모은다는 방침이다.
에어부산은 인기 있는 국내 관광 도시이자 출장 지역으로 해외에 잘 알려져 있는 부산의 거점 항공사인 점을 십분 활용해 인바운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현재 중국, 일본에서 부산으로 들어오는 여객의 절반 정도 비중을 에어부산이 운송할 정도로 노선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항공사 출범 후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노선을 취항해 장기간 운영하며 강화해온 브랜드 인지도와 서비스 경쟁력을 무기로 수요 확대에 힘쓴다는 전략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기존 노선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발 항공 여객 수요를 공략하는 동시에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에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한 상품으로 해외 인바운드 관광객 수요를 적극 유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에어서울은 이달 한 달 간 서울 일대에서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미용분야 행사 ‘코리아 뷰티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관광객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일본과 베트남, 필리핀 등 9개국에서 에어서울 운항편으로 입국하는 여객에게 항공권을 특가 판매했다.
이에 앞서 에어서울은 인천 중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호텔과 손잡고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협력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달 추첨 이벤트를 개최하고, 에어서울 SNS 공식 계정에 댓글을 남긴 일본인 참가자 중 당첨자에게 호텔 숙박권을 증정했다.
에어서울이 일본 노선을 적극 공략하고, 파라다이스 호텔이 카지노 시설을 이용하는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가운데 이뤄진 협업이다. 에어서울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한국 관광과 호텔 이용에 대한 고객 호응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2차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인바운드 고객 유치는 에어서울을 비롯한 항공사들 모두 중시하는 성과 중 하나”라며 “에어서울은 항공권 가격 경쟁 뿐 아니라 제휴 확대 등(혜택 다변화)을 통해 방한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채권단 체제 속 기단확대 제한···탑승률 제고에 방점
3사의 이 같은 인바운드 수요 유치 전략은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행보와 대조되는 점에서 부각된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이나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항공사들은 기단을 확대하고 신규 노선 취항을 통한 모객 전략을 노출하고 있다.
3사가 인바운드 모객 전략을 차별화하려는 배경에 채권단 체제 아래 사세 확장이 제한되는 점이 담겼다는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지난 2020년 경영난을 이어가던 3사의 경영 관리를 개시했다. 이에 따라 3사는 5년 넘게 인력이나 기단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어진 자산만으로 운송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바운드 수요 창출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사가 채권단 경영관리를 받고 있어 항공기를 비롯한 자산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바운드 여객 공략을 통한 귀국편 비행기 탑승률 제고가 성과 확대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