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수익성 하락했지만 CSM 자체는 늘어
단기납 종신 규제 강화···팔 상품 없어 '고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수익성을 포기하고 상품 판매를 대거 늘려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납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다만 이러한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 생보사(삼성·한화·교보·NH농협·신한)의 신계약 수익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일제히 하락했다. 새로운 계약을 통해 얻을 보험료(현금유입액의 현재가치) 가운데 보험계약마진(CSM)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새 회계제도(IFRS17)는 보험사가 보험 계약을 통해 향후 얻을 현금(보험료)과 빠져나갈 돈(보험금, 사업비 등)를 추정해 보험부채를 인식한다. 이때 손해율, 유지율, 사업비율 등 각 계리적 가정값을 활용한다. 이처럼 장기간 발생하는 현금흐름 가운데 나갈 돈을 제외하고 보험사가 가져갈 미래이익이 CSM이다. 향후 얻을 보험료 가운데 CSM이 차지하는 몫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의미다.
1등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신계약 수익성은 13.3%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포인트 하락했다. 한화생명의 1분기 신계약 수익성도 10.1%로 작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내려갔다. 교보생명은 8%로 같은 기간 1.5%포인트 떨어졌다. NH농협생명(11.4%), 신한라이프(13.5%)도 각각 0.7%포인트, 4.2%포인트 하락했다. 대형 생보사의 1분기 수익성을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와 비교하더라도 농협생명을 제외한 모든 곳이 내려갔다. 특히 한화생명은 9.5%포인트 빠졌다.
올해 초부터 생보사 간 보장성 보험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우선 단기납 종신보험을 확보하기 위해 생보사들은 해약환급금의 환급률을 크게 올려 고객 확보에 열을 올렸다. 또 건강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보험료를 내렸다. 보수적 경영기조를 유지하던 삼성생명은 건강보험의 환급률을 크게 올리기도 했다. 고령화와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 핵심 상품인 종신보험이 팔리지 않게 되자 생보사들이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더구나 금융당국의 규제도 수익성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IFRS17 도입 후 시장에선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값을 자의적으로 정해 CSM을 부풀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당국은 계리적 가정값을 보수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을 적용한 지난해 3분기부터 보험사들의 수익성은 내려갔다.
하지만 대형 생보사들은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신계약 CSM 자체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판매 규모 자체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농협생명이다. 농협생명의 올 1분기 신계약 CSM은 46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세 배 넘게 늘었다. 신계약을 통해 확보한 보험료의 현재가치가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증가한 덕분이다. 삼성생명도 1분기 신계약 CSM이 85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 늘었다. 교보생명(3934억원), 신한라이프(3766억원)은 같은 기간 각각 8%, 7% 증가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6% 감소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이 ‘박리다매’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일단 올해 나머지 기간 동안엔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팔기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에 대해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 7년 납 상품의 10년째 환급률을 대폭 낮춘 상태다. 결국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상품은 건강보험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손보사들과도 경쟁해야 하기에 판매 실적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생보사들은 연금보험으로 활로를 찾으려 하지만 저축성 보험은 보장성 대비 수익성이 크게 낮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규제로 판매 규모를 늘리긴 어렵지만 생보사들의 수익성이 올라가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결국 생보사들은 이익을 늘리기 위한 고민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