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파운드리 등 韓기업들 선전 분야에 공들이는 中
e커머스 플랫폼, 로봇청소기 등 韓 내수시장에서도 선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국과 중국 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분야에서도 맹추격을 이어가고, 이전과 달리 한국 내수시장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한중 기업 간 주도권 싸움은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왔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기업들에 우리 기업들이 기술력과 미국, 유럽 등의 관세정책을 바탕으로 맞서는 형국이었다.
최근엔 배터리, 전기차를 넘어 한국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던 부문에 있어서도 중국기업들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폴더블폰’이다. 폴더블폰은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고동진 전 사장 체제 하에서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개발해 시판에 성공한 분야다. 내구성 등 기술력 문제로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힘든 핵심기술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현재 폴더블폰 점유율 세계 1위는 중국 화웨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점유율 35%로 삼성전자(2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주요 시장인 내수시장(중국)에서의 선전 영향이 컸지만 삼성전자가 해당 분야 1위 자리를 추월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아너’가 세로로 접는 폴더블폰 제품을 시장에 처음 내놨다. 아너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2020년 화웨이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아너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으로도 붙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전자가 일본기업들을 추격할 때 내세운 전략과 유사하다.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는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중국기업은 차근차근 경쟁력을 확보 중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 간 점유율 격차는 전 분기 전 분기 49.9%포인트에서 1분기 50.7%포인트로 확대됐다.
반면 중국의 SMIC는 전 분기(5위)보다 2계단 뛰어올라 점유율 3위(5.7%)를 차지했다. SMIC의 3위 등극은 중국 현지 기업 들과의 협업에 힘입은 것으로 해석하는데, 반도체 업계에선 SMIC의 3위 등극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는 삼성전자 상황과 대비된다.
중국기업과 국내 기업들의 격돌은 주로 국제무대에서 이뤄져 왔으나 최근엔 국내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 분야가 e커머스 플랫폼 시장이다. 지난해 1월 국내 e커머스 플랫폼 순위를 보면 쿠팡(1위), 11번가(2위), G마켓(3위), 티몬(4위), 알리익스프레스(5위) 순을 보였으나 올해 5월 기준으로 보면 쿠팡(1위), 알리익스프레스(2위), 11번가(3위), 테무(4위), G마켓(5위) 순이다. 상위 5개 업체 중 두 곳이 중국기업인 셈이다.
중국 기업들은 가전강국 한국의 안방까지 들어오고 있다. 특히 로봇청소기 부문에서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지난 4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아닌 중국의 로보락으로 3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25%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비록 가전 중 한 분야에 불과하지만 로보락은 ‘중국산은 값싸고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지워나가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특히 단순한 가전제품을 넘어 로봇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중국 로보락의 선전은 단순한 가전제품의 선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적극적인 기술 투자 및 자금 유입으로 휴머노이드와 로봇 AI 개발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모습”이라며 “첨단 로봇 분야 외 청소로봇과 협동로봇, 물류로봇 등 로우레벨에서도 경쟁력을 지속 강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한 IT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흔히들 중국이 사회주의라는 점을 들어 정부가 기업지원에 인색할 것으로 착각하지만 중국은 자국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산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준다"며 "규제의 시각으로 기업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한국 정부가 참고할만한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