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산호 2차 입찰 앞두고 조합에 불참의사 밝혀···지난달 가락삼환서도 철수
회사 측 “수주 전략 수정 아냐···가이드라인 따라 일관되게 선별 수주”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DL이앤씨의 주택사업 구조조정 검토가 서울 알짜 정비사업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DL이앤씨가 조합과 일찌감치 물밑접촉을 벌여 시공권 확보가 점쳐졌던 사업장에서 돌연 불참 의사를 전하면서 조합의 정비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영향이다. 조합은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DL이앤씨 측의 회사 사정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회사 측은 신임 대표이사 취임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전략 수정과는 관련 없고 수주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관되게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전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진행했으나 시공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이곳은 강변북로에 인접해 한강조망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에서 500미터 거리에 위치해 연계개발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단지이기도 하다. 조합에서는 재건축 후 동작구 국립현충원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180도 한강변 파노라마뷰가 가능할 것이라며 입지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다만 두 번의 입찰에도 불구하고 끝내 시공사를 찾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간 관심을 두던 DL이앤씨가 불참해서다. 근래에는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하자 건설사들이 웬만한 사업장 아니고서야 경쟁입찰을 꺼리는 분위기다. 조합 관계자는 “DL이앤씨가 물밑접촉을 해오다 회사 사정으로 2차 입찰 진행 도중 돌연 참여가 어렵게 됐다며 철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DL이앤씨가 수주할 것으로 알고 경쟁입찰을 꺼려 관심을 두지 않던 건설사들이 뒤늦게 사업성을 검토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유찰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가 수주를 목전에 두고 등 돌린 사례는 또 있다. DL이앤씨는 송파구 가락동 삼환가락 재건축 조합에 단독으로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해 수의계약이 점쳐졌지만 지난달 말 입찰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조합 측은 문자를 통해 조합원에게 “5월 초 DL이앤씨는 신임 사장 취임 이후 특별한 랜드마크 사업지 외에는 수주하지 말라는 방침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취임 이후 경영에선 인원감축으로, 사업운영에선 수주 최소화 등으로 전략수정이 진행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대해 “인력 전환 배치나 전문계약직의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검토중”이라면서도 “수주는 그동안 해왔던 대로 내부 가이드에 따라 수익성이 나오는 사업지만 선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입찰에 안 들어갔다 하더라도 수익성에 도움되는 공사비 등 요소에 변화가 있다면 추후 수주 참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용산 삼호아파트는 두 번째 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오는 7월 다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공사비는 3.3㎡(평)당 830만원, 총공사비는 3028억7242만원이다. 조합은 공사비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시공사 선정 이후 기본설계와 정비계획변경을 해 사업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는 면적 2만7117㎡에 지하 3층~지상 35층, 7개동, 공동주택 647가구(임대 73가구) 등을 건립하는 것으로 돼있다.
조합 관계자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용적률 280%를 받는 것으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2040계획에 맞게 용적률을 더 받을 여지가 생겼지 않나”라며 “여기에 아파트 지구도 폐지돼 상가 대신 주택을 더 지을 수도 있게 됐다. 시공사 선정 후 이러한 내용을 갖고 정비계획을 변경해 35층에서 최고 50층 미만으로까지 분양세대를 늘리면 사업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