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청구액 2억원에 한참 못 미쳐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지난해 3월 19일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지난해 3월 19일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면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 판결을 받게 한 권경애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의뢰인이자 피해자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는 법원의 배상 인정액과 권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단체의 징계가 너무 적다면서 법조계가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11일 오전 학교폭력 피해자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2명 총 4인을 상대로 제기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공동해 5000만원을 원고(이기철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5000만원은 법원이 조정을 권고했던 금액과 같은 액수다.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의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나머지 소속 변호사 2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변호사 자격자 3명 이상이 모여야 법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며, 권 변호사의 불법행위와 법무법인 구성원의 연대책임을 지적하며 2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선고 직후 이 씨는 기자들과 만나 “실망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선고 결과뿐만이 아니라 형식적인 재판 절차, 권 변호사에 대한 1년의 징계 등이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판사조차 질문이 없었고 상대 측에서 대응하는 것도 없어 저 혼자 벽에 외치는 것 같았다”면서 “재판은 ‘원래’ 이렇게 진행된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원래’대로 늘 관습대로 이렇게 권위적으로 진행돼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배상액 규모와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6월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중징계를 내렸다’고 말했었다. 법원도 이번에 ‘이례적으로 큰 금액인 5000만원을 선고했다’고 얘기할 것이다”면서 “권 변호사는 조만간 징계가 끝나 변호사 이름을 다시 쓸 수 있다. 겪지 않았어야 할 일을 겪은 피해자들은 어떻게 이 땅에서 치유와 회복을 해나갈 수 있는지 알려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법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는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새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은 언제쯤 만들어 줄 것인가. 학교가 외면하고 어른들이 외면하고, 모두 법원으로 몰려가는데 법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게 한가지라도 있었나”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항소 의사도 밝혔다.

앞서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박주원 양의 어미니 이씨가 2016년 서울시 교육감과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리인을 맡았다. 유족은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냈지만, 항소심에서 권 변호사가 세 차례에 걸쳐 불출석한 끝에 원고 패소로 결과가 뒤집혔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 된다.

그럼에도 권 변호사는 자신의 과실로 패소가 확정됐다는 사실을 5개월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에 유족 측은 권 변호사의 불법행위와 법무법인 구성원의 연대책임을 지적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8월 권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 처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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