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대표, ‘제2이동통신사업권’ 특혜 의혹 입장 밝혀
SKT, CDMA 상용화 공로로 IEEE 마일스톤 등재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 구성원으로 청춘을 바쳤는데, 세계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등 회사의 성과가 폄훼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혜가 아니라 정당한 방식으로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고, 경영을 잘해서 오늘날까지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0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CEO) 사장은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IEEE의 ‘IEEE 마일스톤’ 수여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 판결 이후 재점화한 제2이동통신 사업권 ‘특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노 관장에게 665억원의 재산분할과 위자료 1억원이 선고된 1심을 뒤엎고, 최 회장에게 20배 높은 액수인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 판결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의 전신인 선경에 3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주었고, SK가 1990년대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데 노 전 대통령이 보호와 방패막이 역할을 했단 노 관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SK가)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태우가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최 회장 측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어렵게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정경유착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실력으로 이뤄낸 것“이란 입장문을 내며 특혜 의혹을 반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의 수장인 유 대표 역시 법원의 해석을 반박한 것이다.
이날 유 대표는 IEEE가 선정한 IEEE 마일스톤에 등재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SK텔레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1996년 CDMA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한 공로로 선정됐다.
IEEE는 1884년 토머스 에디슨과 그레이엄 벨 주도로 창설된 전기·전자공학분야 세계 최대 학회로, 1983년부터 인류 사회와 산업 발전에 공헌한 역사적 업적을 ‘IEEE 마일스톤’으로 선정하고 있다.
IEEE 마일스톤은 ‘글로벌 IC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그간 북미·유럽·일본과 같은 기술강국이 업적의 대부분인 90% 이상을 차지해 왔다. SK텔레콤은 CDMA 사례로 국내 기업 최초로 선정 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IEEE 마일스톤에 선정된 업적들엔 벤자민 프랭클린의 전기 연구(1751년), 볼타의 전기 배터리 발명(1799년), 마르코니의 무선 전신 실험(1895년), 최초의 무선 라디오 방송(1906년), 최초의 텔레비전 공개 시연(1926년), 최초의 반도체 집적회로(1958년), 컴퓨터 그래픽 기술(1965~1978년), 최초의 인터넷 전송(1969년), QR코드 기술 개발(1994년) 등이 있다.
SK텔레콤은 CDMA 세계최초 상용화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했던 당시의 열정을 되살리며, 빠르게 성장하는 AI 영역에서 기회를 잡아 통신·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SK의 위상을 더욱 높여가겠단 계획이다.
유 대표는 기념사에서 ”CDMA 상용화 이후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이동통신 서비스를 쉽게 눌라 수 있게 됐다“며 ”과거 CDMA가 그랬듯 이젠 AI라는 혁신적 기술로 그간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글로벌 AI 컴퍼니의 길은 통신사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밝혔다.
캐슬린 크레이머 IEEE 차기 회장은 “CDMA 상용화를 위한 대한민국 민관의 협업 노력과 선견지명이 ICT 분야에 필수적인 기술을 세계에 제공한 이정표로 인정받게 됐다”며 “IEEE는 독창적이고 세상을 변화시킨 기술 사례이자 시대 혁신자들에게 영감을 준 CDMA 상용화 업적의 수상을 축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