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서 정부여당 참패하며 추진 동력 상실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슈 부상 시 빅딜 성사 가능성 제기
산업은행 부산이전 반대 의원 다수 당선돼 이전보다 법안 통과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금융권 안팎서 부산 금융 허브로의 발전 요원 지적···여소야대인 국회 구성 볼 때 통과 여전히 어려워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21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던 KDB산업은행 부산이전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22대 총선에서 정부여당이 참패하며 추진 동력이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슈가 부상한다면 이와 맞물려 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호 법안으로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KDB산업은행 본점 소재지 규정 조항을 기존 서울특별시에서 부산광역시로 수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에는 같은 당 김도읍(부산 강서구), 박성훈(부산 북구을), 정성국(부산 부산진구갑), 조승환(부산 중·영도구) 등 16명의 여당 의원들이 동참했다. 박 의원은 발의 배경에 대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갖추도록 하고 지방 소멸을 방지하는 한편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당초 동일한 내용을 담았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때에도 발의됐으나 지난달 29일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에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률안 개정을 하지 않으면 본점 부산 이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 재발의로 인해 한 동안 잠잠했던 산업은행 부산이전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개정안이 다시 발의되면서 KDB산업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김현준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성명서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법안은 경제적 타당성 검토가 부족하고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유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라며 "국민의힘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으로 부산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살아난다며 산업은행을 부산 발전의 '만능키'라고 떠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1만명 이상 줄어들고 있는 부산 청년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도 모자랄 위기 상황에 1년에 고작 100여 명 채용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더 이상 부산 시민들의 '양치기 소년'을 자처하지 말고 진정한 부산 발전 방안을 고민하라"고 밝혔다.
우선 국회 상황만 놓고 보면 지난 21대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아 개정안 통과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법안 통과를 위한 의석 과반 이상을 거대 야당이 차지하고 있고 법안을 심사하는 정무위원회에도 지난 국회와 마찬가지로 법안에 거부감을 느끼는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 자리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슈가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제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DB산업은행 단독이 아니라 여러 공공기관 이전과 묶어서 함께라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혁신도시 조성에 발맞춰 2013∼2015년 이뤄진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소재 111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내려가며 마무리됐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2차 이전 계획은 나머지 120여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당과 야당이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본격 협상에 나설 경우 KDB산업은행 본점 이전에 합의하는 빅딜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2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 통과는 지난 국회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에서 KDB산업은행 부산이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 온 김민석 의원(서울 영등포 을)과 산업은행 지방이전 계획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 최현일 의원(서울 영등포 갑) 등 부산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는 의원들이 다수 당선되면서 법안 처리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KDB산업은행 노조와 함께 이전 반대 집회에 앞장섰던 박홍배 전 금융노조 위원장 역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안팎에서도 KDB산업은행이 옮겨간다고 부산이 금융 허브로 발전하기에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 상황이다"며 "여소야대인 국회 구성을 볼 때 법안 통과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