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채도 한 단계 낮아진 5위···여전히 최상위
100% 하회 목표 달성했으나 ‘하향 안정화’ 과제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민계정 통계 기준 연도 개편으로 국민총생산(GDP) 등의 지표가 크게 개선됐으나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세계 주요국 가운데 1위를 유지했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세계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낮아졌으나 여전히 최상위를 기록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한 데 따라 100.4%에서 93.5%로 6.9%포인트(p) 낮아졌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도 122.3%에서 113.9%로 8.4%p 떨어졌다.
수치감소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규모가 그대로이지만, 분모인 지난해 명목 GDP 규모가 2236조원에서 2401조원으로 100조 넘게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한은은 지난 5일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꾸고, 이를 우선 2000~2023년 시계열에 반영했다. 기준년 개편은 5년마다 이뤄지는데 이번이 13차 변경이다.
그간 정부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0%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가계의 빚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 규모(국내총생산)보다 많다는 의미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0% 하회라는 당초 정책 목표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가 아닌 기준 연도 개편에 따른 명목 GDP 증가로 달성된 셈이다.
그러나 달라진 기준으로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비율 모두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새 기준 연도에 따르더라도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93.5%로 떨어졌어도 세계 2위인 홍콩(93.3%)보다 여전히 0.2%포인트 높고, 한국을 제외한 33개국 평균치(34.2%)를 크게 웃돈다. 태국(91.6%), 영국(78.5%), 미국(72.8%) 등 5위권 국가들과도 차이가 작지 않았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기준 연도 개편에 따라 한국의 순위가 세계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일본이 114.5%로 종전 5위에서 4위로 올라서며 한국과 자리를 바꿨다.
당국은 거시 건전성 관련 정책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가계부채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전히 높기 때문에 GDP 대비 비율을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가계부채 리스크 자체에 대한 경계감이 실질적으로 완화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은 이달 하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기준 연도가 적용된 각종 지표를 토대로 건전성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