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중 수출 19개월만 최대 규모···“작년 부진 기저효과, 경기회복 영향”
“中 중간재 의존도 감소, 한국기업 견제심리 강화”···“고부가 위주 공략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대중국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 추세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우리 중간재의 중국시장 장악력이 깨졌고, 중국내 자국기업 우선주의가 강해지면서 수출환경 자체가 악화하고 있다. 중국이 따라잡지 못한 우리 기술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에 수출 초점을 잡아야 한단 조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특히 그간 부진했던 대중국 수출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6% 증가한 113억8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 10월(122억 달러) 이후 19개월 만에 최대규모이다.
전통적인 대중 수출 중간재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등 상품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1~25일 기간 전년 대비 반도체는 47.0%, 디스플레이는 28.7%, 무선통신은 7.9% 각각 늘었다. 올해 처음으로 전체 대중수출액이 110억달러를 넘기면서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에 내줬던 최대 수출국 지위도 되찾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올해는 2월을 제외한 전 기간에서 대중국 수출이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도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대중국 수출은 침체를 면치 못했다. 팬데믹 기간 비대면 확산으로 정보통신(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이는 대중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엔데믹으로 대면사회로 돌아가면서 IT 기기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했고, 수요위축, 가격급락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 점을 감았했을 때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충격이 다소 진정되면서 수출 회복세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중 수출 회복이 장기 추세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수출이 워낙 부진한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고,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수출도 나아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단 것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중국의 시장 변화, 수요가 바뀌는데 중국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려는 노력 없이는 새로운 수출 동력을 만들기 쉽지 않다”며 “그간 중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국내 생산을 위한 중간재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갖다 써야 했지만 이 구조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이제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그린, 디지털 등 전환 과정에서 나오는 새로운 수요를 자체적으로 메워가고 있다.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부분이 있더라도 우리 기업이 공급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사업 환경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중국 수출의 약 40% 정도는 중국 내 한국계 기업에 간다. 근데 중국 내 자국 제품을 소비하려는 움직임, 자국 기업 위주의 투자, 소비 등 이들 현지기업이 중국에서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그간 5% 이상 성장률을 보여왔던 중국 경제도 앞으론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양 위원은 “지난해 수출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 기저효과로 올해 통계지표상 증가율이 두드러지게 나올 수 있다. 가격단가 측면도 있다. 물량이 아니라 떨어졌던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출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수요, 경쟁, 투자 등 요인을 복합적으로 보면 장기적으로 대중국 수출환경이 좋지 않다”고 짚었다.
김우종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대중 수출회복이 국지적인지 완전한 회복세에 있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중국이 자급율이 올라갔고 기술이 받쳐주면서 우리 수출이 많이 줄어왔기에 중장기적으론 우리 수출이 크게 늘긴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대중 수출 방향의 키는 기술력에 달렸단 분석이다. 김 위원은 “기존처럼 가격경쟁으론 이제 중국을 이기긴 어렵다. 중국이 이젠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로선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에서 아직 따라잡지 못한 우리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공략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