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 불소함량 기준 선진국 대비 8배 이상 높아···처리비용만 수백억원
업계선 하반기 시행령 개정안 발표 예상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오염토 발견으로 답보상태에 빠지는 전국의 정비사업장이 늘어나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규제 완화 변화가 생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염토가 발견된 서울 서초구 방배13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4일 해당 지역구 의원인 신동욱 의원을 찾았다. 오염토에 따른 정비사업 지연현황을 설명하고 보다 유연한 대처를 요청하는 차원에서다. 이날은 초선인 신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 입주한 날이기도 해 첫 번째 접수된 민원이 됐다.
방배13구역은 지난해 11월 이주까지 모두 완료하고도 흙에서 불합리한 불소 오염토가 검출되면서 수백억원의 정화비용과 공사기간 지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염토는 해당 사업장만이 아니라 인근의 방배5구역, 방배6구역은 물론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 현장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방배5구역은 정화작업에 76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썼고, 방배6구역도 이에 350억원, 청담삼익은 400억원을 소비했다. 사업이 6개월에서 최대 1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사업비 증가는 일반분양가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오염토만의 문제는 아니나 당초 지난해부터 분양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들 사업장은 아직까지 일반분양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국내의 오염토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환경부가 토양오염 가능성이 있는 전국의 2500여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총 36곳에서 오염토가 발견된 바 있다. 이 중 7곳은 불소가 검출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거지역 불소 함량 기준은 400ppm인데, 이는 미국 주택지 기준인 3100ppm에 비해 8배나 높아 까다롭다는 평이다.
이에 지난해 9월 국무총리실 규제심판부가 국내 불소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도록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이에 정부는 해외 불소기준 및 위해성 평가 등 과학적 조사를 통해 합리적인 기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시행령 일정과 기 토양정화를 착공한 사업장에 대한 처리문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 후 올 하반기에는 시행령 개정안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오염토가 발견된 전국 각지의 정비사업장에서 오염토 규제완화를 위한 청원서를 내고 국회의원의 협조를 구하는 등 중지를 모은 데 따라 연내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염토 기준이 완화되면 정화비용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