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마스다르시티, 28조 투입
삼성·현대·SK 인프라 건설 수주 기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중동판 스마트시티’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다르시티에 건설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스다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보다 앞선 친환경 스마트시티로 28조원 규모 인프라 조성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UAE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많은 만큼 새로운 수주 가능성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마스다르시티는 UAE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국가 프로젝트다. 수도 아부다비 남동쪽 17㎞ 사막지역에 면적 6㎢, 인구 4만명 규모로 계획됐다.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쓰레기·자동차 등이 없는 탄소제로 도시 콘셉트로 2006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하는 ‘네옴시티’가 주목을 받았지만 중동판 스마트시티 원조는 마스다르시티인 셈이다.
마스다르시티는 네옴시티와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현실적인 계획으로 평가 받는다. 길이 170㎞, 높이 500m의 유리벽 사이에 선형 도시로 계획 중인 네옴시티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가 많다. 반면 마스다르시티는 초고층 건물로 이뤄지지 않아 건설과 실제 주거에 어려움이 없고 인구가 4만명으로 규모도 현실적이다. 이미 1단계 공사를 완료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기업 1000개 이상을 유치했다. 올해와 내년 추가적인 대규모 클러스터 공사가 예정돼 있다. 공사비용은 2030년까지 220억달러(한화 약 28조원)이 투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옴시티가 큰 시장인 건 맞지만 비현실적 규모와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사막의 신기루’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며 “최근엔 자금 부족으로 추진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마스다르시티는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고 후속 공사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네옴시티에 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업이라 기대감이 크다”며 “현재 공정률이 30%에 불과해 추가 수주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마스다르시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최근 UAE 대통령과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관련 논의를 하면서다. 무함마드 빈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나 티타임을 가졌다. UAE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수들은 이번 회동에서 첨단 기술과 국방·방산, 에너지, 건설, 첨단기술, K-컬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UAE에 진출한 건설사들은 마스다르시티 관련 수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등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2022년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찾기도 했다. 2019년 UAE 출장에서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난 이후 꾸준히 친분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스마트시티 운영과 초고속 통신망 등 인프라 사업에 경쟁력이 있어 마스다르시티 건립 사업에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삼성물산과 함께 바카라 원전 건설을 주도한 현대건설도 마스다르시티 관련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UAE 국부펀드와 MOU를 맺고 수소, 그린알루미늄, 친환경 모빌리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에서 사업 협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아부다비 내 항만 시설과 연계한 그린수소·그린 암모니아 생산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자발적 탄소시장(VCM) 아시아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GS건설은 지난해 자회사 GS이니마가 UAE 수전력공사(EWEX)가 발주한 해수담수화 사업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계약 규모만 9200억원 규모인 대형 사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네오시티가 자금난으로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마스다르시티가 대체제로 떠오른 모양새다”며 “대기업들이 UAE에서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계열 건설사들도 마스다르시티 관련 협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은 큰 그림만 나온 상태로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려면 구체적인 진행 상황이 나와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추가적인 원전 수주도 기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AE는 2032년 가동을 목표로 연내 두 번째 원전 단지 입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이 UAE에서 추가로 원전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