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청약일정 6월 18~19일에서 7월 2~3일로 연기
공모청약 일정 같았던 하이젠알앤엠 수혜···한투證, 내부경쟁 문제 해소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나서는 IPO대어 시프트업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공모청약 일정이 7월초로 미뤄졌다.
시프트업과 공모청약 일정이 같았던 로봇용 스마트 액추에이터 솔루션 기업 하이젠알앤엠은 시프트업과 청약 경쟁을 피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시프트업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으로서도 고민을 덜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시프트업 공동대표주관을 맡고 있지만 하이젠알앤엠의 단독 상장주관사이기도 하다. 같은 증권사 내부에서 청약경쟁을 벌이게 된 일정을 놓고 고심이 적지 않았는데 시프트업 청약일정 변경으로 고민이 단숨에 해소됐다.
◇ 시프트업 청약일정 연기···스텔라블레이드 실적 공개되나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18~19일 공모청약을 진행하려던 시프트업은 지난 4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공모청약을 다음달 2~3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통상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일정을 조정하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일정도 미뤄지지만 시프트업의 수요예측 일정은 기존 6월 3~13일에서 6월 3~27일로 확대됐다.
증권신고서 정정에도 희망공모가범위는 기존과 변함이 없다. 시프트업은 총 725만주를 100% 신주발행하며 공모희망가범위는 4만7000~6만원이다. 희망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3407억~4350억원이고 희망공모가범위 상단(6만원) 기준 시가총액은 3조4815억원이다. 공모가는 다음달 1일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제이피모간, NH투자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고 신한투자증권이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공모 과정에서 우리사주는 없다.
시프트업은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블레인드앤소울의 아트디렉터를 맡았던 김형태 대표가 개발인력을 데리고 나와 2013년 설립한 회사다. 2016년 첫 작품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로 인지도를 높였고 2022년 11월 출시한 모바일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와 지난 4월 하순 선보인 플레이스테이션용 콘솔게임 스텔라블레이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통상 IPO기업의 증권신고서 정정은 투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시프트업의 증권신고서 정정은 투자자들에게 유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프트업은 지난달 20일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했는데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년 동안 실적을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비교기업으로는 일본 스퀘어에닉스(SQUARE ENIX), 사이버에이전트(CYBERAGENT), 가도카와(KADOKAWA) 등을 선정했다.
시프트업은 4월 하순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스텔라블레이드의 실적은 기업가치 산출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텔라블레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몰이를 하면서 기업가치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달라졌고 스텔라블레이드와 관련된 실적을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로 IPO기업은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가결산 실적도 집계되는대로 증권신고서에 추가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이번에 공모청약 일정이 늦춰지면서 스텔라블레이드 관련 실적 역시 공시되는 가결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 한국투자증권, 내부경쟁 고민 해소 ‘미소’
한국투자증권도 이번 시프트업 청약일정 연기로 고민거리였던 청약일정 중복 문제가 단숨에 해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에 공모청약 일정이 빼곡하게 잡혀있다. 증권신고서 정정 등으로 한꺼번에 IPO일정이 쏠리게 된 영향도 적지 않다.
이달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하는 공모청약만해도 씨어스테크놀로지, 한국스팩14호, 신한글로벌액티브, 에스오에스랩, 한국스팩15호, 하이젠알앤엠, 이노그리드 등이다.
통상 같은 증권사끼리는 공모청약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한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분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흥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청약증거금이 환불되는 2영업일 간격으로 띄워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씨어스테크놀로지와 한국스팩14호는 10~11일로 청약일정이 중복되고 신한글로벌액티브와 에스오에스랩은 하루 차이로 사실상 청약자금 수요가 중복된 상황이다.
시프트업이 청약일정을 변경하기 전까지 시프트업과 하이젠알앤엠의 공모청약 일정은 이달 18일부터 19일로 같았다.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대형 IPO인 시프트업에 투자금이 몰려들면 하이젠알앤엠 흥행이 쉽지 않았던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시프트업이 다음달 2~3일로 청약일정을 연기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한숨 놓게 됐다.
하이젠알앤엠은 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에 쓰이는 서보모터와 감속기 등 액추에이터 구성부품들을 자체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오는 13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18~19일 공모청약을 진행하다. 코스닥 상장예정일은 오는 27일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772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