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소상공인 부실채권 감내할 자본 필요
'고래' 신한·우리은행 참여하는 더존·KCD가 유리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은행권의 기업대출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제4인터넷은행 설립 경쟁에 있어 '자금동원력'이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4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은행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제4인터넷은행 경쟁을 벌이는 신한·우리은행도 예상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전체의 기업 부실채권 비율은 0.61%로 전분기 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에서 부실 채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0.89%로 작년 말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개인사업자는 같은 기간 0.09%포인트 급등한 0.41%를 기록했다. 

두 부문에서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2022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국내 경기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고금리 기조가 언제 꺾일지도 알기 어려워졌다. 당초 올해 상반기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물가수준이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도 금리를 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에 업계에선 제4인터넷은행 경쟁은 결국 '돈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전문 은행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부실을 감당해야 할 만한 자본이 넉넉하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도전장을 내민 더존뱅크·U뱅크·KCD뱅크·소소뱅크 컨소시엄은 대부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을 설립하겠다고 계획을 잡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인가를 내준 인터넷은행 세 곳을 심사할 때도 자금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더구나 과거 케이뱅크가 자본이 부족해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기에 자본력에 대해 더 엄밀히 보는 추세다. 지난 2021년 당국이 토스뱅크에 인가를 내줄 당시 ‘증자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조건으로 내걸은 이유다. 

이에 제4인터넷은행 경쟁은 대형 시중은행이 참여하기로 한 더존뱅크와 KCD뱅크가 더 유리해진 분위기다. 더존뱅크는 중소기업 경영지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더존비즈온이 신한은행과 손잡고 설립하려는 은행이다.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기업인 KCD는 우리은행과 협력해 인터넷은행을 세우기로 했다. 

현대해상이 참여하기로 해 관심을 모았던 유(U)뱅크는 그만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당기순익 6078억원을 거둘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한 해 2조원이 넘는 순익을 거두는 대형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본 싸움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향후 컨소시엄에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투자자를 추가로 확보하기 전까진 상황을 뒤집긴 어렵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더존뱅크·KCD뱅크 컨소시엄도 더 세밀한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컨소시엄은 각각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비금융 데이터가 풍부하다. 이를 활용하면 금융 데이터로는 확인할 수 없는 숨어있는 우량 차주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대출 대비 건전성 관리는 여전히 쉽지 않다.  

각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신한·우리은행도 그만큼 지갑을 더 열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차원에서 대응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우리금융지주가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022년 11월 토스뱅크의 유상증자에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카드가 참여한 바 있다. 토스뱅크 설립 당시 컨소시엄에 참여한 곳 중 하나는 하나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4인터넷은행 경쟁은 결국 신한, 우리 간의 고래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사업의 혁신성도 중요하지만 자금 조달이 제대로 안되면 사업 자체가 안되기에 결국 자금동원력이 중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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