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하나금융 이사장 이름 등 공개 판단···“국민적 관심사, 공개 필요성 커”
금융위원장-주한미대사 비공개 면담 내용은 비공개···“국익 해칠 우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3100억원의 배상책임이 인정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사이 투자자-국가 국제분쟁해결제도(ISDS) 사건 판정문의 비공개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라는 1심 법원 판결에 법무부가 불복했다.

앞서 1심은 주한미국대사와의 비공개 면담에 대한 금융위원장의 증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가 판정문 전면 공개를 요구하며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에 불복, 지난달 28일 항소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송 변호사의 청구 중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은 제외하고 하나금융지주 이사장의 이름 등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은 80%를 법무부가, 20%는 송 변호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본지를 포함해 복수의 매체는 1심 선고 직후 ‘전 금융위원장이 주한미국대사와의 비공개 면담 내용에 관해 증언한 내용’이 공개범위에 포함됐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은 이와 반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주한미국대사와의 비공개 면담 내용은 비공개가 적법하고, 하나금융 이사장 이름 등은 공개가 필요하다고 봤다. 송 변호사는 “소장의 별지 목록과 판결문의 별지 목록 순번이 달라 착오가 있었다”라고 정정했다.

시사저널e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하나금융 이사장의 이름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법무부)는 이 정보와 관련된 국내 기업 이름과 직위, 경력을 이미 공개했고 대표이사의 성명은 법인등기의 필수적 기재 사항이므로 이 정보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기타 ▲중재판정부가 이미 공공에 유출된 문서에 근거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서술한 정보 ▲피고(법무부)가 이미 공개한 주석의 내용을 정리한 정보 등도 추가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중재판정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발행 주식 인수 및 매각과 관련한 법적 분쟁과 관련된 것이다”라면서 “오랜 기간 국민적 관심을 끌어왔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중재판정에서 일부 패소함에 따라 거액의 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된 점을 감안한다면, 위 정보들은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성이나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비공개 면담 내용에 대한 증언은 비공개가 적절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정보에는 그 입수 경위를 확인할 수 없는 자료가 인용돼 있어 공개될 경우 외국 정부 등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공개하는 결과가 된다”면서 “외교적 신뢰 관계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교섭력이 약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그간 당사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제출된 공개청구정보를 비공개로 열람·심사하는 인카메라(In Camera) 심리를 통해 비공개 처분의 적법성을 확인, 판단했다. 판정문 원본과 사본, 번역본을 모두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직접 비공개 정보를 확인한 것이다.

송 변호사는 “사법부가 국제 중재재판 절차과정에서 행정부의 대응을 확인하고 통제한 최초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22년 8월31일 ISDS 중재판정부는 대한민국이 ‘투자보호협정의 공정 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해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사이의 2011년 7월 외환은행 주식 양도계약 등에 개입했다며 대한민국이 론스타에 2800억원을 배상(이자 포함시 약 3100억원)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ISDS 판정에 불복, 지난해 9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취소신청을 제기했다. 중재판정부가 결정적 증거 없이 한국 정부의 배상의무를 인정했고, 증거 채택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변론권과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아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취소신청이 기각될 경우 정부가 추가로 부담할 이자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취소신청이 인용되면 정부의 배상금 원금과 이자 지급 의무는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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