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의장사 자리 두고 거래소 간 물밑 의견 조율 진행
닥사 출범 당시 순환하며 의장 맡기로 한 만큼 이재원 빗썸 대표 차례 의견
연임 제한 규정 없고 닥사 내 업비트 영향력 강해 의장사 변경 가능성 미지수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현 업비트 중심 닥사 체제 유지 유리 주장도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가상화폐거래소 협의체 '닥사(DAXA)' 의장를 맡고 있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 임기가 다음달 만료되는 가운데 차기 의장사 자리를 놓고 거래소 간 물밑 의견 조율이 진행 중이다. 그 동안 업비트가 의장 자리를 해온 만큼 이번에는 빗썸 차례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연임 제한 규정이 없는데다 닥사 내 업비트 입지가 굳건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의장사가 바뀔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31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이석우 두나무 대표의 닥사 의장 임기가 다음달 만료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6월 닥사 출범 이후 이석우 대표는 현재까지 2년 동안 의장을 맡아왔다.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차기 의장사를 두고 어느 거래소가 맡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닥사 회원사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가상화폐거래소 5개사로 구성됐다. 자문위원으로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 경영학과 교수,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 8명을 위촉했으며 ▲거래지원(코인원) ▲자금세탁방지(업비트) ▲시장감시(코빗) ▲준법감시(빗썸) ▲교육(고팍스) 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
닥사 대표격인 의장사와 관련해 출범 당시에는 회원사들이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기로 했다. 차기 의장사로 빗썸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에 이재원 빗썸 대표가 의장으로 언급되지만 차기 의장을 맡을지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분위기다.
임기 2년의 닥사 의장 선출은 모든 거래소 대표들이 참석하는 총회에서 논의와 동의를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 변수다. 연임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현 이석우 의장이 의사를 표명한 후 각 대표들의 의견을 모아 새 의장 추대 등의 형식으로 의장이 결정된다. 연임이 가능하고 닥사 운영에 많은 비용을 내고 있는 업비트 영향력을 고려하면 현 이석우 의장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닥사는 회원사가 담당하는 일반회비와 특별회비로 운영된다. 일반회비는 각 거래소가 동일하게 납부하지만 특별회비는 거래소 매출에 비례하기 때문에 업비트가 가장 많이 납입하는 구조다. 닥사는 원칙적으로 1사 1의결권 구조이기 때문에 업비트 위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거래소 간 매출 대비가 극명하기 때문에 닥사가 업비트 중심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도 관건으로 꼽는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자산 보호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가상자산시장·사업자에 대한 당국의 감독·제재권한 등 규정을 골자로 한다.
가상자산법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와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현재 업비트 중심의 닥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의장으로서 권한보다는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장을 맡을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책임이 큰 부담스러운 자리인데 먼저 나서 의장을 맡으려는 거래소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어느 상장사가 닥사 의장이 되든 간에 거래소 간 통합을 촉진하고 균형 잡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닥사가 업비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다른 회원사들의 불만과 협의체의 제한된 역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협의체 설립 취지에 무색하게 거래소 간 알력다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겉으로는 5개 거래소의 공동 협의체이나 내부에서 금융당국과의 접점, 거래소 규모 등에 따라 보이지 않는 위계서열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렇다할 대책도 내놓지 못해 유명무실한 기관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코인 상장 기준 등에 있어 거래소 간 합의되지 않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면서 회원사 간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닥사 내부에서는 각자도생하려는 기류가 엿보이고 있다"며 "어떤 거래소가 의장사가 되든 혁신적인 변화와 역할 강화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