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구역 시공사 입찰, 건설사 관심 적어 유찰 전망
3구역 공사비 인상 우려에 좌불안석
고도완화 무산 가능성에 2구역 혼선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강북 최대 규모에 뛰어난 입지로 ‘황금 재개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한남뉴타운에 개발 기대감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한때 조합원을 황제처럼 모신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지만 지금은 건설사들의 발길이 뜸해져 수주 경쟁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기존 사업장도 공사비 급등 여파로 인한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5구역, 한남뉴타운 최고 공사비 제시···건설사 반응은 ‘썰렁’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5구역 재개발 조합은 7월 16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사비는 3.3㎡당 916만원으로 한남뉴타운 공사비 중 최고액이 책정됐다. 총공사비는 1조7583억원에 달한다.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컨소시엄(공동 도급) 방식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남5구역은 입지와 사업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동빙고동 일대 18만 3707㎡ 부지에 지하 6층~지상 23층, 51개 동, 2592가구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원 수는 1547명이다. 이곳은 강변북로와 맞닿아 있어 한강 조망권이 확보돼 있다. 한강 조망 면적도 한남뉴타운 가운데 가장 넓다. 한남뉴타운 대부분이 가파른 구릉에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대를 갖고 있어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로 평가받는다.

/ 그래픽=시사저널e

다만 업계에선 한남5구역의 시공사 선정 유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DL이앤씨 외 뚜렷하게 수주 참여 의지를 나타내는 시공사가 없기 때문이다. 관심을 나타냈던 삼성물산과 GS건설은 지난해까지 유지했던 현장 영업 인력을 모두 철수시킨 상태다. 입찰에 DL이앤씨만 단독 참여하면 유찰된 후 재공고를 내야 해 시공사 선정 일정이 10월 이후로 지연된다. 앞서 조합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에 입찰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구역 내에 ‘모든 건설회사의 입찰 참여를 희망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한남4구역도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있다. 이곳은 조합원 수가 적고 빌라 위주로 구성돼 분양 사업성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다. 조합은 오는 7월 중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10월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다만 5구역과 마찬가지로 시공사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입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 강도는 약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용산구 보광동 360 일대 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한남2·3구역 사업 시공사 입찰에 2~3개 대형 건설사가 경쟁을 벌인 것과 달리 현재 시장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며 “고금리와 건설 경기 침체, 공사비 급등까지 맞물리면서 경쟁을 벌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 3구역 공사비 평당 548만원, 인상 불가피···2구역, 고도완화 놓고 대우건설과 갈등 가능성

이주가 진행 중인 3구역도 좌불안석이다.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3구역은 2020년 현대건설과 3.3㎡당 공사비를 548만원에 계약했다. 시공사 선정 이후 4년이 지난데다 현대건설이 다른 사업장에서 적극적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추가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 총공사비 4조776억원(3.3㎡당 829만원)을 요구했다. 기존 계약금액인 2조6363억원(3.3㎡당 548만원)보다 1조4400억원 높은 금액이다.

3구역은 한남동 일대 지상 22층, 6006가구 규모 사업지다. 지난해 6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서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현재 8700여가구 중 7400가구(85%)가 이주를 마쳤다. 상가 세입자 손실 보상 등의 문제로 최종 이주는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을 추진중인 한남2구역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재개발을 추진중인 한남2구역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3구역 다음으로 속도가 빠른 2구역은 고도제한 완화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대우건설은 한남뉴타운 고도제한을 현행 90m에서 118m로 완화해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는 이른바 ‘118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남산 경관 보호를 이유로 한남뉴타운 고도제한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계획이 틀어졌다.

조합은 118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해 대우건설과 시공권 해지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조합에 ▲올해 8월 31일까지 118프로젝트 진행 가능성 판단 ▲달성률에 따라 공사비에서 물가인상률 차감 ▲프로젝트 불가능 판단 시점까지 투입된 설계비와 관련 용역비 등 부담 ▲프로젝트 불가로 시공자 지위 해지 시 소송 미제기 등 보상안을 제시하며 시공권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조합은 최근 118프로젝트를 제외한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안 마련에 나섰다. 고도제한 완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도제한 완화가 무산될 경우 시공권을 둘러싼 대우건설과의 갈등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고도제한 완화 외에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2구역은 2022년 대우건설과 3.3㎡당 770만원 계약을 맺었다. 대우건설 역시 타사업지에서 공격적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어 공사비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은 2022년부터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올해 3월 말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구역 정중앙에 있는 소유주들이 신통기획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구역 내 기획재정부 소유 부지가 있는데 동의 없이 구역을 신청한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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