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부진했지만 신판이용회원수는 증가
자회사 분리 매각 통해 인수가 낮췄음에도 시장 반응 '미지근'
전체 가치 변하지 않는다는 점과 고금리 기조 전망에 상황 여의치 않아
불황 여파 끝나지 않은 만큼 단기 호재만으로 3조원 매각가 어필 무리···연내 매각 성사 불투명 가능성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롯데카드가 실수요자 확보에는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조원에 달하는 매각가를 요구할 만큼 유의미한 변수는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연내 매각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판이용회원수 확보 통해 경쟁력 강화 가능성 커졌으나 조달 비용 증가로 인한 실적 악화 지속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1분기 말 기준 신판이용회원수는 70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40만3000명) 대비 10.5%(약 67만명) 증가한 수치다. 신판이용회원이란 카드 발급 후 실제 결제까지 이어진 사용자를 뜻한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 중 올해 신판이용회원수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곳은 롯데카드뿐이다. 하나카드(10만명, 2.3%), KB국민카드(11만6000명, 1.2%) 등 신판이용회원수가 늘어난 다른 카드사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금융지주계 카드사인 우리카드와 하나카드 신판이용회원수가 각각 500만6000명, 436만70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사용자수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신판이용회원수 증가 배경으로는 최근 '로카시리즈'에 적용한 '세트카드 시스템'이 주효했다. 세트카드 시스템은 신용카드 2장을 연결해 이용자가 누릴 수 있는 최대 혜택을 자동으로 산출한다. 신용카드 사용 시 고려해야 하는 전월 실적, 할인·환급률 등의 고민을 덜어내기 위해 마련했다. 지난 2월 로카시리즈는 누적 발급 400만장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롯데카드 신판이용회원수는 625만3000명에 불과해 지난해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4개월 만에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증가세가 이용잔액 확대까지 지속된다면 본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적 부진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카드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곳 전업 카드사 가운데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곳은 현대카드(-9.9%), 우리카드(-36.6%)가 있지만 감소 폭은 롯데카드가 가장 컸다.
롯데카드 실적 부진에는 비용 증가가 주효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 하락이 컸다는 설명이다. 1분기 기준만 보면 롯데카드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롯데카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0.5%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그 때보다 54.3% 더 감소했기 때문에 2년 전과 비교해 순익만 놓고 보면 당시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업황 악화·부동산PF 부실 리스크 겹치며 매각가 고평가 논란,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와 내실경영 주력해야
롯데카드는 실적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양호했던 지난 2022년부터 매각을 본격 추진했다. 당시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3조원의 매각가를 희망했지만 유력 인수 후보자들이 잇따라 발을 빼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자회사 분리 매각 전략을 통해 전체 인수가를 낮췄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앞서 지난해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가 보유했던 교통카드·단말기 제조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맥쿼리자산운용에 4150억원에 매각해 몸집을 줄인 바 있다.
무엇보다 전체 가치는 변하지 않은데다 부진한 실적, 업황 악화, 부동산PF 부실 리스크까지 겹치며 매각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당시보다 실적이 좋지 않고 현재보다 업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롯데카드 최종 매각가는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의 평가다. 지난해처럼 로카모빌리티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되지 않는 이상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실수요자 확보에 성공하면서 롯데카드가 쉽사리 매각가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내 재매각을 목표로 하고 원하는 매각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자금조달 여건 개선을 위한 선제 조건은 금리 인하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들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카드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가량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과거 2%대 초반이었던 여전채 금리가 지난해 5%에 육박하면서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됐는데 고금리가 유지된다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고금리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고금리에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실수요자 확보만으로 3조원에 가까운 매각가를 고수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 여파가 끝나지 않은 만큼 단기적인 호재만으로 3조원에 달하는 매각가를 어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연내 매각은 불투명하지만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와 내실경영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