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 2.0%→1.8% 인하
케이뱅크, 올해 들어 정기예금 상품 금리 8차례 하향 조정
성장 궤도 안착한 인터넷은행···케뱅·토뱅 1분기 호실적 기록
파격 금리 대신 비용효율화·수익성 맞춰 수신 전략 변화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시중은행 대비 높은 수신금리로 금융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수신 상품의 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올해 들어 1000만 고객을 넘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성장 궤도에 오른 만큼 높은 금리를 내걸기보다는 수익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수신 전략을 재설정하는 모습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이날부터 토스뱅크 통장(수시입출금 통장)과 토스뱅크 모으기, 토스뱅크 모임통장 등 수신 상품 3종의 금리를 연 2.0%에서 1.8%로 인하했다.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 2021년 10월 출범 당시 만기나 최소납입 금액 등의 조건 없이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선보이며 금융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예상보다 많은 돈이 몰리자 2022년 1월부터 1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연 0.1%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한도를 설정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수시입출금 통장의 편리한 사용성을 비교적 높은 금리로 누릴 수 있도록 하되 금리를 조금 더 원하는 고객께는 나눠모으기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이라며 “특히 나눠모으기는 금융권 최초로 매일 이자가 알아서 쌓이는 자동 일복리를 제공하므로 고객 경험은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생활통장(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 연 2%로 변경한 바 있다. 또한 이날 정기예금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도 내렸다. 올해 들어 케이뱅크는 수신상품 전반의 금리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코드K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금리가 여덟 차례 인하됐다. 그 결과 올해 1월 당시 1년 만기 기준 3.90%였던 금리는 이날 기준 3.50%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은행들은 수신상품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이 주요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행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많이 내려가면서 이에 맞춰 금리도 내리게 됐다”며 “이전보다 수신금리가 낮아지기는 했으나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기 위해 타사 대비 시점을 늦춰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의 파킹통장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금리 하락만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수신금리 인하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의 수시입출금 통장인 ‘제일EZ통장’은 연 2.10%의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그동안 제일은행과 거래가 없었던 고객이라면 별도의 조건이나 금액 제한 없이 1.00%포인트의 추가 우대 금리를 계좌 개설일로부터 6개월간 적용해 최고 연 3.10%의 금리를 제공한다.

수협은행의 ‘SH 매일 받는 통장’도 예금이 1000만~1억원인 고객에게 연 2.0% 금리를 적용한다. 여기에 첫 거래 고객이 마케팅 동의 시 최대 연 3.0%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광주은행의 ‘365파킹통장’은 100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가장 높은 연 3.0%의 금리를 제공하고, 올해 말까지 가입한 고객에게 6개월간 우대금리 0.5%포인트를 적용해 최대 연 3.5%의 이자를 제공한다.

인터넷은행들은 출범 초기 고객 모집을 위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수신 전략이 필요했다. 그 일환으로 수시입출금 통장과 정기예금 상품 등에 높은 금리를 내걸었다. 출범 이후 몇 해가 지나면서 인터넷은행들의 고객 수는 크게 성장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2월 고객 수가 1000만명을 넘었으며 토스뱅크도 지난달 고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고객 수 증가에 힘입어 토스뱅크는 올해 1분기 1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280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1분기 104억원에서 올해 1분기 5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성장 궤도에 오른 인터넷은행들은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는 기존 전략에서 비용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수신 전략에 변화를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늦게 시장에 뛰어든 인터넷은행들은 출범 초기 고객 유치를 위해 기존 은행들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했다”며 “다만 과거에 내걸었던 파격적인 금리를 지속하기에는 비용적 문제 등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들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진 만큼 이제는 높은 금리로 고객 유치에 집중하는 전략보다는 비용 관리 등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수신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