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은 증가했지만 연체율 상승하면서 건전성 우려 확대
카드론 잔액 매달 최대치 경신···2002년 카드대란 사태 재연 경고도
주요 카드사들, 고신용·소득 가입자 모집 방점 두고 연회비 높은 프리미엄 카드 잇따라 선봬
연회비 증가로 수익 상승세지만 운용의 묘 발휘해야···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집중해 건전성 안정 유지 조언

7대 전업 카드사 실질 연체율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7대 전업 카드사 실질 연체율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여신 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주요 카드사들이 연회비 수십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순익 증가와 별개로 제2의 카드 대란을 맞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자 상대적으로 연체이력이 적은 고신용, 고소득 가입자 비중을 확대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리스크와 손익을 고려한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해 무엇보다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카드사 순익 늘었지만 연체율 위험 수준···'서민 급전' 카드론 잔액 40조원 육박

28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주요 8곳 카드사 합산 순이익은 724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3.5% 늘어난 수치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1분기 순이익이 약 18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1391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보다 69.6% 성장한 결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분기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곳 전업 카드사의 평균 실질 연체율은 1.81%로 전년 말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 KB국민카드(2.14%)의 실질 연체율은 저항선으로 평가되는 2%를 웃돈 상태다. 실질 연체율이란 대환대출을 포함한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의미한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빌린 후 만기 내 갚지 못한 고객이 카드사의 재심사를 거쳐 받은 대출을 뜻한다.

실질 연체율이 2% 이상인 카드사가 3곳 이상 된 것은 지난 2015년 1분기 이후 약 9년여 만에 처음이다. 통상 카드업계에서는 실질 연체율이 2%대에 진입하면 위험 수준으로 본다. 경기 침체나 건전성 위험 신호로 측정됐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인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빚내서 빚을 갚는 대환대출 등에 몰리면서 연체율이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NH농협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 3월(39조4821억원) 대비 4823억원 증가한 수치로 또 한번의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운 셈이다. 지난해 4월의 카드론 잔액이 37조2593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 1년만에 2조7051억원이 급증한 것이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14%대로 높지만 잔액은 매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빚을 돌려막다가 한계에 부닥친 저신용자들의 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2002년 카드 대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여신업권 관계자는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카드값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가 올해 내내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 금융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카드 출시 효과 볼려면 운용의 묘 중요···각 사 데이터 활용해 신성장 전략 마련 제언도

더욱이 정부의 올해 초 대규모 신용사면으로 약 15만명에 달하는 저신용자들이 신용카드를 추가로 발급받을 수 있게 되면서 향후 건전성 우려는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주요 카드사들은 고신용, 고소득 가입자 모집에 방점을 두고 잇따라 프리미엄 카드 출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카드는 통상 연회비가 10만원 이상인 고급형 상품을 일컫는다. 일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카드 상품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연회비를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보다는 연체이력이 적고 소비여력이 큰 알짜 고객 모집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실제 카드 출시에 적극 나서면서 연회비 수익도 크게 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8곳 전업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은 1조33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2259억원) 대비 8.6% 증가했다. 우리카드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투체어스' 카드는 연회비가 250만원에 이른다. 우리카드만큼은 아니지만 현대카드는 지난 2일 연회비 20만원 프리미엄 카드 '현대카드 서밋'을 공개했다. 하나카드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이드(JADE)'를 지난 2월 선보였다. 연회비 12만원의 프리미엄 카드 제이드 클래식을 시작으로 3종의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카드 출시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대규모 신용사면으로 인해 잠재 부실이 늘어날 개연성과 고금리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 중심의 경영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전성이 취약하면 수익의 상당부분을 대손충당 비용으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사가 보유 중인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신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가맹점과 소비자 결제 정보의 강점을 활용한 맞춤형 가맹점서비스 발굴이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고도화 등 차별화된 성장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강점을 가진 다양한 데이터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며 "하나의 수익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데이터는 카드업계 미래와 뗄 수 없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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