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으로 조달해 대구은행 총 7000억 지원
증시 침체, 주가 부진···새 투자자 확보 미지수
시중은행 되더라도 사업 크게 확장하지 않아

대구 수성구 DGB금융지주 사옥 / 사진=DGB금융지주
대구 수성구 DGB금융지주 사옥 /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금융지주가 시중은행으로 바뀌는 자회사 대구은행에 채권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DGB는 지주 차원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 안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데다 지주가 증자를 할 정도로 사업을 급격하게 키우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32년 만의 새로운 시중은행 출범이다. 대구은행은 이에 맞춰 회사 정관을 개정하고 사명도 ‘아이엠(iM)뱅크’로 바꿨다. DGB금융의 나머지 계열사들도 iM 간판을 달았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성공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안도 마련했다. 5년간 채권을 발행해 총 7000억원을 대구은행에 내려보낸다는 내용이다. 신종자본증권으로 4000억원, 회사채로 2000억원을 각각 조달하고 나머지 금액은 유보이익을 활용한다. 대구은행은 전국구 은행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자본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DGB금융은 지주 차원의 유상증자는 추진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지주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은행의 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자금을 내려보내면 지주의 자본비율(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은행의 CET1은 개선되지만 지주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출을 대거 늘리면 지주의 CET1 관리 부담이 더 커진다. 은행의 대출자산은 동시에 지주의 자산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DGB금융의 증자 여부에 관심을 둔 이유다. 

DGB금융이 증자를 고려하지 않는 건 주식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27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 1월에 기록한 2779.40이 연고점이다. 금리 하락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전통은행으로 분류되는 DGB금융이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증자에 성공하더라도 주가 하락에 대한 부담도 문제다. 현재 DGB금융의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날 종가는 8140원으로 지방금융지주인 BNK·JB보다도 더 낮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20년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증자를 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약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주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바뀌더라도 당장 사업을 크게 확대하지는 않는다는 계획이다. 갑자기 대출자산이 급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맞춰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당국의 규제와 함께 인터넷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인해 많이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주담대는 자본비율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DGB금융은 지난 2021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비율 산출 방식 변경(내부등급법 도입)을 승인받아 CET1 여유를 확보한 바 있다. 제도 변경으로 지난 2020년는 10%를 밑돌았던 DGB금융의 자본비율은 2021년 1분기 이후부턴 11%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규제치(8%) 대비 3%포인트 넘게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또 DGB금융은 당분간 비은행 계열사 추가 인수 계획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7년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DGB금융은 현재 은행, 증권, 보험, 캐피탈 등 금융업 전반에 진출해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주담대와 우량 기업대출을 최대한 확보해 자본 부담을 최대한 줄여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린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자료=DGB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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