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흥행 입고 IPO 도전···비교기업으로 日게임사 3곳 선정
고평가 논란 제기됐지만 스텔라블레이드 글로벌 흥행으로 분위기 반전
2대 주주 텐센트는 수조원대 차익 전망···국내 IT게임사 IPO마다 ‘잭팟’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모바일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제작사 시프트업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과 공모청약 일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극적인 흥행 반전이 예상되고 있다.

시프트업은 IPO과정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로 낸 실적만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했고 일본 대형게임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하면서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출시한 콘솔게임 스텔라블레이드가 글로벌시장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역대급 흥행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헐값’ 상장이 되어버렸다는 평가다.

시프트업 IPO 흥행으로 2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 역시 막대한 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카카오와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 국내 대형 IT게임사들이 상장할 때마다 텐센트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막대한 투자이익을 챙기는 일이 이번 시프트업 IPO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 '고평가'에서 단숨에 '저평가'된 시프트업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다음달 3일부터 13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프트업은 지난 3월 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했고 두 달만인 지난 10일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시프트업은 지난 2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공모계획을 확정했다.

시프트업은 총 725만주를 100% 신주발행하며 공모희망가범위는 4만7000~6만원이다. 희망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3407억~4350억원이고 희망공모가범위 상단(6만원) 기준 시가총액은 3조4815억원이다. 상장주관사단은 한국투자증권, 제이피모간증권회사, NH투자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았고 신한투자증권이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공모 과정에서 우리사주는 없다.

시프트업은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블레인드앤소울의 아트디렉터를 맡았던 김형태 대표가 개발인력을 데리고 나와 2013년 설립한 회사다. 2016년 첫 작품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를 출시하면서 국내 양대 앱마켓에서 매출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데스티니차일드는 2023년 9월 21일 서비스를 종료했고 현재 2022년 11월 출시한 모바일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가 주 매출원이다. 승리의 여신: 니케 판권은 중국 텐센트가 가지고 있으며 시프트업은 로열티를 받고 있다. 1분기말 기준 매출의 97.6%는 중국 텐센트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Proxima Beta로부터 나고 있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 1686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 당기순이익 1067억원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74억원, 영업이익 259억원, 당기순이익 24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10.8%에 불과하다.

시프트업은 상장 과정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년 동안 실적을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시프트업은 지난달 소니와 손잡고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콘솔게임 스텔라블레이드도 출시했는데 스텔라블레이드 실적을 제외하고 승리의 여신: 니케 실적만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한 것이다.

비교기업으로는 일본 게임사는 스퀘어에닉스(SQUARE ENIX), 사이버에이전트(CYBERAGENT), 가도카와(KADOKAWA) 등 일본 게임사들을 선정했고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9.25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여기에 14.80~33.26%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공모가범위를 산출했다.

국내 게임사가 아닌 일본 대형게임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하고 기업가치를 산출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출시한 스텔라블레이드 예상 외 흥행으로 이러한 논란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스텔라블레이드는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 게임으로 출시됐지만 글로벌 콘솔게임 시장에서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 획을 긋는 수준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프트업은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골반과 엉덩이를 강조하는 김형태 대표의 철학에 맞춰 스텔라블레이드 여자 주인공 캐릭터인 ‘이브’를 만들면서 인플루언서 모델 신재은씨의 체형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사전 공개된 체험판을 놓고 서구권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을 강조하는 최근 서구권 문화의 분위기 속에서 스텔라블레이드 내 아름다운 여성 캐릭터에 대해 비판하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프랑스판 게임웹진 IGN에서는 “여성을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사람이 만든 성적으로 묘사된 인형”이라는 비난도 제기했다.

이는 글로벌 남성 게임유저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스텔라블레이드는 단숨에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반PC주의'를 상징하는 게임으로 등극했다.

이후 스텔라블레이드는 일본, 영국 등 출시하는 국가마다 흥행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 애호가들 사이에서 게임성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각종 평점에서도 최상위 점수를 받고 있다.

향후 시프트업은 스텔라블레이드 DLC, 확장팩, 시리즈화 등 IP 확장화에 나설 예정이다. 무엇보다 스토리상으로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후속작이 사실상 예고된 상태기에 시프트업의 기업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사실상 해소된 상태다.

시프트업이 제시한 희망공모가에는 모바일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만이 반영되어 있고 스텔라블레이드의 가치는 사실상 제외되어 있다.

시프트업 확정공모가는 6만원이 유력한 상황이다. 공모가 6만원으로 공모청약에 나설 경우 시프트업 청약은 흥행이 매우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2대 주주 텐센트 조단위 차익···국내 대형 IPO 단골손님?

수급상으로도 시프트업은 MSCI지수나 코스피200지수 등 패시브지수 편입을 예상한 사전매수세로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특히 이번 시프트업 IPO는 1년 동안 의무보유가 설정되는 우리사주 청약물량이 없다. 이 때문에 유동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적용되고 패시브지수 편입 및 수급에서 한층 유리해질 전망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프트업 상장 후 주가 급등시 2대 주주인 텐센트는 조단위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텐센트는 자회사 에이스빌을 통해 시프트업 지분 40.03%(2032만7370주)를 가지고 있다. 이는 김형태 대표(지분율 44.63%)에 이은 2대 주주다. 상장 직후 김형태 대표의 지분율은 42.74%로, 텐센트 지분율은 35.03%로 줄어든다.

텐센트는 과거 시프트업이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신작을 내놓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을 당시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상장을 앞두고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 20%도 추가로 사들였다.

텐센트의 정확한 매입단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시프트업 주가가 상장 후 고공행진한다면 수조원대의 평가차익도 무난히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텐센트는 국내 증시에서 카카오와 넷마블,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 대형 IPO기업 상장시마다 주요 주주로서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뒀다. 텐센트는 아직 상장하지 않은 카카오엔터 지분 5.1%도 들고 있다.

텐센트의 이러한 행보를 놓고 국내 기업의 중국지역 서비스 진출이 사실상 어려운 점을 이용해 국내 게임사들로부터 판권을 확보하고 국내 증시에서 IPO를 통해 돈을 회수한다는 비판도 그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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