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산운용, 멀티자산 출신 데려와
우리종금도 대우증권 출신 전문가 영입
임종룡 결단···기존 직원 '찬밥신세' 불만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그룹 계열인 우리종합금융과 우리자산운용이 외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인력 블랙홀'이 되고 있다. 그간 우리금융은 자본시장 영역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기에 체질 개선을 위한 임종룡 회장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존 내부출신 직원들은 ‘찬밥 신세’가 됐다며 불만도 나오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자산운용은 다수의 멀티에셋자산운용 출신 대체투자 인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임명된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가 멀티에셋자산운용 출신이기에 외부 인물을 수혈한 것이다. 그는 2006년 구(舊) 대우증권을 거쳐 2016년부터 4년간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글로벌대체투자본부를 책임지다 2021년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우리자산운용은 올해 초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합쳐져 재탄생했다. 주식,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도 함께 운용하는 종합 자산운용사로 바뀐 것이다. 더구나 외부 인력도 충원했기에 우리자산운용은 새로운 회사로 거듭난 셈이다. 최 대표가 대체투자 전문가이기에 해당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우리투자증권으로 설립될 우리종합금융도 외부 출신들이 잇달아 영입되고 있다.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 1본부장 상무가 우리종합금융행을 결정한 것이다. 박 상무는 대우증권을 거친 인물이다. 그간 우리종합금융엔 퇴직을 앞둔 대우증권 출신들이 영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한창 현직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 스카웃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박 상무가 이끌던 투자금융(IB) 팀원들도 같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이달 초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을 합병해 증권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중형급 증권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올해 안으로 당국의 인가가 날 가능성이 크다. 초대 수장은 남기천 우리종금 대표가 될 확률이 높다. 남 대표도 대우증권 출신으로 올해 초 임명됐다.
증권·자산운용 계열사의 인적 쇄신은 임 회장이 주도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임 회장이 남 대표를 영입했고, 남 대표가 같은 대우증권 출신인 최 대표를 자산운용 대표 자리에 추천했다는 후문다. 이어 남 대표는 박 상무도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은행 출신을 임명하는 등 ‘순혈주의’를 따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외부 출신 인사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NH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 대표에 은행 출신이 아닌 증권사 내부 인물을 대표로 임명하는 등 업권의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그간 자본시장 영역에선 경쟁 금융지주에 크게 뒤쳐졌다. 증권사 자체가 없는 탓에 전통 금융사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IB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더구나 자산운용사도 업계에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다만 기존의 내부출신 임직원들의 불만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종금과 우리자산운용의 기존 직원들은 이번에 영입된 외부 인력들을 ‘점령군’이라 부른다”라면서 “그간 고생하며 회사를 지켜왔는데 돌연 모기업의 지원이 늘어나는 동시에 외부 인력도 대거 들어오다 보니 사기가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