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담당 직원과 공모해 기밀 유출, 미국서 삼성 상대 특허소송 기각
미국 법원, 한국 검찰 증거 등 인용···“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
법조계 “미국이 ‘불법적 정보 수집’ 인정했다는 데 의미···범죄 소명 강화”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삼성전자 내부 특허 정보를 빼돌려 소송에 활용한 혐의를 받는 전직 안아무개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오는 30일 두 번째 구속 심판대에 선다. 검찰의 증거와 조서를 인용하며 안 전 부사장의 특허소송을 기각한 미국 법원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30일 오전 11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 벌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 혐의를 받는 안 전 부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 퇴사 후 특허관리기업(NPE)을 설립한 뒤 2021년 삼성전자 IP센터 직원으로부터 내부 기밀자료인 특허 분석 정보를 건네받아 자신의 회사와 삼성전자 간 소송에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1997년부터 삼성전자의 특허 업무를 맡아 2010년 IP센터장에 선임돼 2019년 퇴직 때까지 특허 관련 업무를 이끌었다. 2021년 11월 특허권자이자 공동원고인 스테이턴 테키야 LLC와 함께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테키야 측의 오디오 녹음 장치, 다중 마이크 음향 관리 제어 장치 특허 등 특허 10여건을 무단으로 갤럭시 S20시리즈와 갤럭시 버즈, 빅스비 등에 활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안 전 부사장에 대한 영장청구는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지난 9일 기각되자 영장을 재청구했다.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안 전 부사장이 재직 당시 부하 직원이던 특허 담당 직원들과 공모해 삼성전자의 특허 관련 기밀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하는 등 불법적으로 소송을 냈다고 판단했다. 재소송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판결문에 명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 재직 당시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로스쿨 유학을 떠나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도 부하 직원들과 공모해 기밀을 빼돌려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도 적었다. 원고 측에 대한 재판부의 강도 높은 비판은 이례적이다.
미국 법원은 한국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와 조서도 제출받아 특허소송의 증거로 인정해 이번 판결의 근거로 활용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안 전 부사장의 형법상 유무죄를 떠나, 미국 판사가 특허소송에 활용된 자료가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검찰은 이번 판결을 혐의의 중대성 등을 강조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범죄의 소명 정도가 강화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확보한 증거의 증명력은 본안에서 다툴 사안이지만, 미국 법원이 검찰의 증거를 활용해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한국 법원이 범죄의 소명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 “피의자의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는 작다고 보지만,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고 우리 법원도 이러한 분위기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월 기각된 영장과 이번 영장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라고 답했다.